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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했다. 11일(현지시간) 개막전 멕시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별리그 A조 1차전이 열린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이 관중으로 가득 차 있다. 2026.6.12 (사진=연합뉴스) |
2026 북중미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내세운 여러 명분과 실제 현실 사이의 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공동 개최, 참가국 확대, 선수 보호, 문화 교류 등 다양한 명분이 제시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이면에 자리한 상업화 논란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는 결국 월드컵이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선 미국·캐나다·멕시코의 공동 개최는 운영 비용 절감과 위험 분산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특정 국가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인프라 투자 부담을 줄이고, 신규 경기장 건설을 최소화해 환경 부담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또한 세 나라가 외교·문화적으로 교류하며 협력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도 강조됐다.
참가국 확대 역시 FIFA가 자랑스럽게 내세운 변화였다. 유럽과 남미 중심으로 운영돼 온 월드컵 구조를 개선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였다. 실제로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퀴라소와 요르단이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도 나타났다. 축구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분명 의미 있는 성과다.
그러나 그 대가는 적지 않다. 경기 수는 기존 64경기에서 104경기로 급증했고 대회 기간도 크게 늘어났다. 팬들은 더 많은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지만 선수들의 체력 부담은 그만큼 가중됐다. 월드컵의 질적 향상보다 양적 확대에 무게가 실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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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사진=연합뉴스) |
선수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도 논란의 대상이다. 전·후반 각각 22분에 3분간 경기를 중단해 선수들이 수분을 보충하도록 한 제도다. 겉으로는 선수 건강을 위한 조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방송사 광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FIFA가 미국식 스포츠 상업주의를 우려해 반대했던 제도가 결국 월드컵에 도입된 셈이다.
경제 효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월드컵을 통해 막대한 관광 수익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일부 개최 도시를 제외하면 호텔 예약률은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 개최 도시들의 호텔 매출 증가 전망도 당초 예측에 크게 못 미친다. 항공료와 숙박비 부담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더 큰 이유는 미국 입국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다.
BBC 분석에 따르면 본선 진출국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미국 입국 과정에서 비자 문제를 겪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과 이란 전쟁 이후 강화된 입국 규제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일부 국가 팬들은 물론 소말리아 출신 심판조차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한 사례가 발생했다. 세계인의 축제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세계인의 참여는 제한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티켓 가격은 더욱 심각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 수백 달러 수준이던 입장권은 이번 대회 들어 수천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결승전 최고가 티켓은 우리 돈 5천만 원 수준에 육박한다. FIFA가 도입한 변동가격제 때문이다. 수요가 많을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에서 FIFA는 수수료까지 챙긴다. 결국 월드컵은 일반 팬보다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를 위한 상품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FIFA 공식 리세일 플랫폼에 수십만 장의 티켓이 등록된 현상 역시 이러한 현실을 보여준다.
환경 문제 역시 명분과 현실이 충돌한다. 신규 경기장 건설은 줄었지만 미국·캐나다·멕시코를 오가는 대규모 항공 이동으로 인해 예상 탄소 배출량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의 두 배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동 개최가 친환경적이라는 주장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예상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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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와 멕시코 현지 팬들 (사진=연합뉴스) |
처음 도입된 하프타임 쇼도 마찬가지다. 문화 교류와 K-팝의 세계화를 내세우지만 실제 목적은 더 많은 시청률과 광고 수익 창출이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리사 등 글로벌 스타의 참여는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정작 선수들의 경기 리듬을 깨고 축구 자체의 몰입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화 교류라는 명분 뒤에 상업적 계산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월드컵은 시대 변화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 더 많은 국가의 참여와 축구 저변 확대라는 목표 자체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그러나 월드컵의 존재 이유는 FIFA의 수익 확대도, 특정 국가의 경제 효과도 아니다. 선수들의 열정과 팬들의 사랑, 그리고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축제라는 본질이 우선이다.
지금의 월드컵은 세계화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는 상업화가 점점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단기적 수익을 위해 팬과 선수, 그리고 미래 세대가 감당해야 할 비용이 커진다면 월드컵의 지속가능성 역시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FIFA가 답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월드컵은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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