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국제사회 공동 대응 필요 강조, 대한민국 ‘글로벌 책임 강국’ 역할 부각
회의 전 주요 국가 정상과 AI·방산 분야 협력 논의, 보편적·윤리적 AI 활용 협력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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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에 앞서 약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9.25 (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를 주재하며 ‘인공지능과 국제평화·안보’를 주제로 회의를 이끌었다. 이번 회의에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과 다수의 유엔 회원국, 유엔 사무총장 등 각국 정상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AI가 가져올 미래에 명과 암이 공존한다고 강조하며, 국제사회가 다자주의적 협력과 연대를 통해 AI의 책임 있는 활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AI라는 도구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우리 앞에는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질 수 있다”며,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대한민국이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AI를 평화적이고 책임 있게 활용하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동번영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임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안보리 회의 전 주요 국가 정상들과도 잇따라 정상회담을 갖고, AI 및 방산 분야에서 상호 호혜적 협력을 이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서 참석자들은 AI 기술이 국제평화와 안보에 가져올 기회와 위험성을 논의하며, 보편적·윤리적 활용을 위해 공동 노력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 부총리 데이비드 라미는 “AI가 평화와 안보를 강화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미국 스탠포드대 최예진 교수는 AI 모델이 소수 국가와 기업 중심으로 구축되는 현실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번 공개 토의는 대한민국이 그간 국제사회에서 쌓아온 주도적 기여를 바탕으로 AI를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 협력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한편, 함께 미국을 방문한 김혜경 여사는 뉴욕 코리아타운의 반찬 가게와 서점 등을 찾아 한인 동포들을 격려하며 한국 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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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토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9.25 (사진=연합뉴스) |
다음은 이재명 대통령의 '안보리 공개 토의 국별 발언' 전문
구테레쉬 사무총장님 그리고 요슈아 벤지오 교수님, 최예진 교수님, 세 분의 깊은 통찰이 담긴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세 분의 말씀을 듣다 보니 "현재의 AI는 새끼 호랑이와 같다"라고 하던 '제프리 힌튼' 교수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우리 앞의 새끼 호랑이는 우리를 잡아먹을 사나운 맹수가 될 수도 있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사랑스러운 '더피'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똑같은 칼도 요리사에게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훌륭한 도구지만 강도에게는 그저 남을 해치는 위협적인 무기입니다.
특히 AI는 지식과 정보 처리 전 과정에서 가장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 발명품이고, 심지어 스스로 인간처럼 판단과 결정까지 내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AI라는 도구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따라 우리 앞에는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지게 됩니다.
AI를 잘 활용한다면, 저성장, 고물가 같은 난제를 해결해서 새로운 번영의 길을 열어내고, 의료, 식량, 교육 등 여러 문제에 해답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채 끌려간다면 극심한 기술 격차가 '철의 장막'을 능가하는 '실리콘 장막'으로 작동해서 전 세계적인 불평등과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입니다.
명과 암이 공존하는 AI시대의 변화를 기회로 만들 방법은 국제사회가 단합해서 '책임 있는 이용'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뿐입니다.
만일 많은 전문가의 경고대로 인공지능이 인류를 위협하고 멸종시킨다면 아마도 그 이유는 우리가 이 거대한 변화에 걸맞은 인류 공통의 규범을 만들어 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인공지능 기술력이 곧 국력이자 경제력이자 안보 역량인 시대, 과거 '러다이트 운동'처럼 기술 발전을 역행시키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습니다.
유일하고도 현명한 대처는 '국익을 위해서 경쟁하되 모두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것입니다.
각국 정부와 학계, 산업계,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모두를 위한 AI', '인간 중심의 포용적 AI'로의 혁신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특히 안보리의 역할과 책임이 더욱 막중해졌습니다.
수많은 사람의 삶과 생명이 달린 국제평화와 안보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가능성, 그리고 동시에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보·정찰부터 군수·기획까지 군사 분야 전반에서 정확성과 정밀성을 높이고 작전의 효율성과 지휘 체계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AI를 잘만 활용하면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감시하는 등 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보낸 인도적 지원이 적재적소에 신속하게 도달하도록 만들어 국제평화와 안보를 튼튼히 하는 일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무시무시한 도구가 통제력을 상실한다면 허위 정보가 넘쳐나고 테러, 사이버 공격이 급증하는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인공지능 발 군비 경쟁'으로 안보 불안은 더욱 커질지 모릅니다.
안보리는 그간 테러리즘, 사이버 공격, 팬데믹 같은 진화하는 위협에 적극 대처하며 국제사회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 왔습니다.
이제 인공지능 시대에 변화한 안보 환경을 분석하고 공동의 대응 방안을 찾아내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AI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주도하는 길에 앞장설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지난해 네덜란드와 함께 유엔총회 최초로 '군사 분야 AI' 결의안을 상정하고, 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 회의(REAIM)를 개최했습니다.
그 외에도 유엔 평화유지군의 허위 정보 대응 역량 강화를 지원하였고,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신기술과 인권'에 관한 결의를 주도했습니다.
지난해 5월 AI 서울 정상회의에서 '서울 선언'을 채택하여 '안전, 혁신, 포용'의 3대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고, APEC 의장국으로서 AI의 혁신이 인류의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APEC AI 이니셔티브 채택을 추진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무엇보다 기술 발전의 혜택을 함께 누리는 'AI 기본사회', '모두의 AI'가 새로운 시대의 뉴노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고 있습니다.
각국 대표 여러분, AI가 불러올 '문명사적 대전환' 앞에서, 인류는 오랜 역사 동안 함께 지켜온 보편 가치를 지켜내야 할 중요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습니다.
인류 문명은 늘 도전에 맞서 응전해 왔고, 어떤 절망을 마주해도 '더 나은 세계'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지금의 진보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위기 속에서도 언제나 세계평화와 공동번영의 길을 찾아온 유엔의 빛나는 역사에 그 답이 있습니다.
우리 앞에 주어진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마다하지 맙시다. AI가 가져올 변화를 인류가 재도약할 발판으로 만들어 냅시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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