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이중정체성과 로비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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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 (사진=연합뉴스) |
최근 한미 통상 논쟁과 플랫폼 기업 책임 문제가 정치권 발언 속에서 뒤섞이며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쿠팡을 둘러싼 관세·주권 프레임이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 등장하면서 사안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세 문제와 기업 책임을 분리해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쿠팡의 정체성과 로비 구조, 국내 유통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책임 소재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장동혁 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다시 25% 올리겠다고 발언한 것은 단지 국회의 지연 때문만은 아니라 쿠팡을 부당하게 표적 삼았기 때문'이라는 맥락의 발언을 했다. 아울러 트럼프 2기 인수위에 관여했던 조 론스데일 팰런티어 창업자가 중국 이익을 위해 한국 노동자와 성장, 무역관계를 희생시키는 일이라고 발언한 대목을 들어 “미국은 쿠팡에 대한 과도한 제재가 중국 C-커머스의 한국 시장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한국의 데이터 주권과 유통 주권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본다.”라고까지 언급했다. 여기에 “밴스 부통령이 김민석 총리에게 쿠팡 사태부터 따졌다.”는 말까지 했다.
당연히 관세 문제와 쿠팡 문제는 별개의 사안인데 억지로 정치적 흠집 내기의 빌미로 삼았다. 한국이 쿠팡에 대해 과도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쿠팡에 대한 적절한 책임을 묻는 과정이 데이터 주권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미 많은 우리 국민의 정보가 쿠팡을 통해 유출된 바가 있다. 유통 주권이 중국에 당장 넘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많은 국민들이 쿠팡에서 탈퇴하는 이른바 ‘탈팡’ 상황은 국민적 분노를 말해준다. 쿠팡이 스스로 반성하고 제대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전 국민적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아울러 밴스 부통령이 김민석 대통령에게 따졌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단지 쿠팡에 대해 문의를 했을 뿐이었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정부와 관련이 없다. 오로지 쿠팡의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이른바 박쥐 같은 행태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특히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기회주의적이고 오만하게 편의대로 행태를 취해왔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17일 제헌절에 쿠팡은 “쿠팡은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입니다.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대부분을 한국 내에서 운영합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내용을 게시한 이유는 당시 미국 기업이라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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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설립된 사실이 없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2010년 김범석을 중심으로 하버드대 출신들이 의기투합해 미국에서 설립했다. 법적 본사는 미국 델라웨어주에 등록되어 있으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Coupang, Inc.가 모회사다. 글로벌 본사 주소는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이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올리고 수만 명의 한국인을 고용하지만 법적으로는 미국 기업이다. 김범석의 미국 국적과 하버드 인맥 활용은 기업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배경이 됐다. 투자금 모집 단계에서 참여한 헤지펀드 거물 빌 애크먼도 하버드 출신이었다.
정계 인사 영입 역시 적극적이었다. 글로벌 정책최고책임자 롭 포터는 트럼프 행정부 선임비서관 출신이며 중국계 알렉스 웡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맡았다. 쿠팡 이사진 역시 미국 경제계 핵심 인물들로 구성돼 있으며 케빈 워시는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까지 언급된다.
트럼프 행정부 재집권 이후 쿠팡은 미국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정부 압박에 나선 형국이다. 이는 정관계를 아우르는 로비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 상장 이후 4년간 약 1,075만 달러의 로비 비용을 지출했고 최근 증가세도 나타난다.
쿠팡이 올바르게 경영했다면 한·미 갈등의 소지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책임은 정부가 아니라 쿠팡에 물어야 한다. 독점적 카르텔 구축과 로비 의혹은 국제사회에 알릴 필요가 있다.
미국 하원 법사위가 조사 착수와 청문회 출석 요구를 한 상황에서도 쿠팡은 적극 대응 의사를 밝혔다. 이는 막대한 로비 인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정부가 우리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적극 알리고 국민 정보 보호 책임을 쿠팡에 묻는 것이다. 소상공인과 유통업계 대응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세 문제와 쿠팡 문제의 연계를 막는 것이 정치권의 역할인데 오히려 반대로 가는 행태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치를 하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논쟁은 특정 기업 비판을 넘어 글로벌 플랫폼과 국가 정책, 통상 프레임이 어떻게 정치적 메시지로 재구성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 책임과 정부 대응, 시장 질서 보호를 균형 있게 점검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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