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靑비서관 "가슴 뛰는 일 했잖아"... 다큐 '문재인입니다' 관람기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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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16 15:14:59
곽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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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전 MBC사장, 아내 정혜승 전 청와대 비서관의 발탁 일화 밝혀
▲ 정혜승 전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 (문재인정부 청와대 유튜브 화면캡쳐)

 

박성제 전 MBC사장이 아내 정혜승 전 문재인정부 청와대 뉴미디어 비서관과 다큐 '문재인입니다'를 관람한 소감을 전해 화제다.

 

"영화 내내 아내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라며 박 전 사장은 "저 양반의 비서관으로 일했던 것, 후회하지 않아"라고 묻자 정 전 비서관은 "가슴 뛰는 일을 했잖아"라고 답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전 사장의 페이스북 글은 클리앙 등의 대형 커뮤니티에서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 박성제 전 MBC 사장 (사진 출처=MBC)

 

주말에 아내와 함께 다큐멘터리 <문재인입니다>를 봤습니다. 극장 안에서 나는 스크린에 집중하지 못하고 옆자리 아내의 얼굴을 자꾸 흘끔흘끔 쳐다봤습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어느 날이었습니다. 아내가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나, 청와대에서 오퍼 받았어. 윤영찬 국민소통 수석을 만났는데 같이 일해보재.”

“청와대? 무슨 자리인데?”

“뉴미디어비서관. 인터넷 대국민 소통과 홍보를 담당하는 자리야. 문재인 대통령이 뭔가 제대로 된 국민청원 시스템을 원하는데 그것도 새로 만들어야 한대.”

“그래서 뭐라고 했는데?”

“며칠 고민 좀 해보겠다고 했어.”

 

아내는 신문기자 출신입니다. 2008년 다음으로 이직했다가,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뒤부터는  카카오의 정책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1월에 부사장으로 승진해서 이른바 ‘IT 업계의 잘 나가는 여성 임원’으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윤영찬 수석도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하기 전에는 네이버에서 임원을 지냈습니다. 그래서 같은 언론인 출신에 포털에서 비슷한 일을 하면서 호흡이 잘 맞았던 아내에게 비서관 자리를 제안했을 것입니다. 

 

나는 아내의 청와대행을 별로 찬성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청와대 비서관은 보통 2년 쯤 죽어라고 일하다가 교체되는 것이 관행입니다. 아내가 직업 공무원이라면 비서관이 좋은 경력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간인에게는 청와대를 나온 뒤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심각하게 제한되기 마련입니다. 대학 교수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라면 복귀할 곳이 있겠지만 아내가 다시 기업으로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혹시 국회의원이 되겠다는 꿈이 있다면 모르겠죠. 그러나 아내는 평소 정치에는 뜻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내 생각에는 안 가는 게 좋을 거 같아. 당신 부사장 된 지 얼마 안 됐잖아. 카카오도 좋은 회사인데 거기서 할 일이 더 많지 않을까? 연봉도 절반 이하로 깎일 텐데.” 

 

아내도 내 말을 인정하는 눈치였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며칠 고민하는 척 하다가 미안하다고 사양해야겠네.”   

아내의 말에 나는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주말, 아내가 갑자기 한강 산책을 하자고 했습니다. 가끔씩 부부가 한강을 걷긴 했지만 주로 내가 아내 손을 끌고 나갔지, 아내가 앞장 선 적은 없었습니다. 뭔가 중요한 말을 하려고 한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고수부지 산책길을 천천히 거닐다가 아내가 불쑥 말을 꺼냈습니다.

“나, 청와대 가고 싶어.”

“그 말 할 줄 알았어. 왜 생각이 바뀌었지?”

 

“내가 문재인이라는 사람을 잘 몰라서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지. 그런데 어떤 사람인지 한 번 알아 보고 싶어서 그 분이 쓴 책 ‘운명’을 읽었어. 그랬더니 노무현, 문재인 두 대통령의 삶이 너무 가슴 아프게 와닿더라구. 두 분은 이렇게 평생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는데, 내가 판교에서 잘 나가는 임원으로 사는 게 뭔가 아니다 싶은 거야.”

“그건 이해가 가는데, 그렇다고 당신이 꼭 청와대에 들어갈 필요가 있나? 다른 적임자도 많이 있을 거 아냐.”

“윤영찬 수석이 ‘가슴 뛰는 일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했거든. 그 때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갔는데 책을 보고 나니, 가슴이 두근두근 해. 문 대통령을 도와드리고 싶어.”

 

아내는 이런 사람입니다.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순간을 마주했을 때, 언제나 눈앞의 이익보다는 옳은 길이 뭔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뭔지를 생각합니다. 2007년 내가 선배들의 권유에 못이겨 MBC 노조위원장에 출마할까 고민할 때 아내는 ‘해야 한다면 하라’고 했습니다. 결국 그 선택 때문에 이명박 정권에서 해고됐을 때도 ‘걱정 말라’고 응원했습니다. 해직 이후 공방에서 취미로 스피커를 만들다가 아예 창업을 하겠다고 하자 ‘하고 싶다면 하라’며 내 선택을 지지해줬습니다. 

 

대통령을 돕고 싶다며 아내의 눈이 반짝이는 걸 보면서 나는 바로 마음을 바꿔 먹었습니다. 더 이상 반대하면 아내의 꿈을 가로막는 꼰대 남편이 될 게 뻔했습니다. 더구나 가슴 뛰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데.

“가슴이 뛴다니, 어쩔 수 없네. 한 번 제대로 도와드려 봐. 당신이라면 누구보다 잘할 수 있을 거야.”    

얼마 뒤, 아내는 카카오에 사표를 내고 뉴미디어 비서관이 되어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연봉이 반토막 나고 부사장 승진할 때 받았던 스톡옵션도 모두 반납했지만 아내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와 기대감이 한껏 드높던 시절이었죠.  덩달아 임종석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강경화 장관 등 청와대 참모와 각료들의 인기도 상종가였습니다. 그런 정부에서 국민들과 소통한다는 대의명분이 아내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했을 것입니다. 그깟 수억대 연봉과 스톡옵션이 뭐라구. 

 

그리고 석 달 뒤, 야근을 밥먹듯하며 일했던 아내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만들어 냈습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컨셉으로 청와대 참모나, 장관들이 직접 출연해서 답변하는 방식은 큰 화제를 부르며 민심을 읽는 바로미터가 됐습니다. 정권교체와 함께 잊혀진 제도가 됐지만.

 

청와대를 나온 뒤 아내는 내 예상대로 기업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고, 책을 쓰며 살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때 여러 캠프에서 다양한 제안이 있었지만 모두 사양했습니다. 

<문재인입니다>는 문 전 대통령의 공과를 파고들기보다는 그의 일하는 스타일과 ‘고구마’로 상징되는 성품의 이런저런 면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영화더군요. 영화 내내 아내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극장을 나서는 길에 나는 아내의 손을 잡아주며 물었습니다.

“저 양반의 비서관으로 일했던 것, 후회하지 않아?”

아내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가슴 뛰는 일을 했잖아.”

▲ 다큐 '문재인입니다' 포스터 (사진 출처=문재인입니다 공식 유튜브)

 

지난 10일 개봉한 '문재인입니다'는 상영중인 영화중 6위, 15일 오전 9시 기준 CGV 예매현황에 따르면 당일 예매자를 포함한 관람객 숫자는 7만 5000여명이다. 

 

이 영화의 홍보를 담당한 앨리캣 서유진 대표는 "아직 펀딩을 통해 티켓을 받은 후원자들 시사회가 남아 있다"면서 "주말을 이용해 관람하려는 관객들이 남아 있기에 극장이 지켜진다면 더 많은 관람객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월 3주 주말에는 대형 프랜차이즈로 자리잡은 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와 범죄도시 3를 비롯하여 디즈니의 인어공주 실사판 등이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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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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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댓글 >

댓글 10

  • 산수유님 2023-05-19 12:44:53
    좋은기사
  • Lululala님 2023-05-19 11:10:03
    우리의 대통령님..
  • 임제이님 2023-05-19 07:31:29
    뉴스다운 뉴스 보게데어 감사 합니다 좋은기사감사합니다
  • 요세피나님 2023-05-18 22:46:14
    딸과항께 어제밤에 보았습니다~딸이 더 많이 울었습니다~~지금의 현실이 맘 아픔니다~~꼭 가서 보셔요~~인간적인 모습을 볼수 있습니다
  • Wingspan님 2023-05-18 20:48:49
    곽동수TV에서 이 뉴스 보고 들으며 가슴이 뭉클했었습니다
    가슴이 뛰는 일을 할 수 있는 더 나은 우리 나라를 위해 애쓰시는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
  • HAPPY님 2023-05-18 19:19:06
    저두 지난주에 관람했습니다 퇴임해서 양산에 내려가셔도 평화롭게 놔두질 않고 괴롭히는것들 인간이 아닙니다
  • wy2304님 2023-05-17 07:50:50
    맞아요
    사람이 인생 살면서 가슴 뛰는 일 많지 않아요
    나이 먹을수록 더
    정혜승 전 비서실장님은 인생의 값진 시간을 문재인대통령고 함께 여서 행복하셨을 겁니다
  • 꼭이기자님 2023-05-16 23:55:22
    시사타파 개국본 단체관람 안하나요?
  • 이생강님 2023-05-16 17:08:37
    잘 지내고 계신가요... 문대통령님,

    시사타파뉴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곽동수국장님 화이팅입니다.
  • 가치있는일님 2023-05-16 16:12:49
    가슴 뛰는 일. 가치 있는 일.
    시사타파뉴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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