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탱크 데이’의 진짜 책임자는 누구인가 [김헌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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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4 14:00:58
김헌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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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고맙다’에서 ‘탱크 데이’까지…누적된 조롱의 정치학
▲ 스타벅스, 5·18에 '탱크데이' 논란 (제공=연합뉴스)

 

스타벅스 코리아의 ‘탱크 데이’ 논란은 단순한 마케팅 실수였을까. 아니면 오랜 시간 축적된 기업 문화와 오너의 세계관이 결국 폭발한 사건이었을까. 이번 사태를 단순히 실무자의 부주의나 개별 이벤트 기획 실패로 축소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지점들이 너무 많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우연한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오랜 시간 누적되어 온 오너 리스크가 마침내 점화된 결과에 가깝다. 따라서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 한 사람을 해임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핵심에는 정용진의 반복된 행보와 왜곡된 역사 감각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3월 10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은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는 탄핵 직후 국민적 상실감 속에서 희생자들을 향한 애도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2021년 5월, 정용진 회장은 우럭과 랍스터 요리 사진을 SNS에 올리며 “미안하다 고맙다”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단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는 이후에도 같은 방식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너희들이 우리의 입맛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라는 표현까지 사용했다. 이는 고 박원순이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남긴 문장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논란이 커졌지만 해명은 진정성보다 책임 회피에 가까웠다. “SNS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라는 식의 반응은 오히려 대중의 불신을 키웠다. 이후에도 그는 영어 표현인 “sorry and thank you”로 바꿔 같은 메시지를 반복했다. 의도성이 없었다면 왜 같은 표현을 지속적으로 변주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산당이 싫어요”, “멸공” 같은 정치적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드러내며 기업인의 공적 책임보다 개인적 정치 성향을 전면화했다. 기업 총수의 SNS가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 플랫폼처럼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26년, 스타벅스 코리아는 세월호 참사 추념일인 4월 16일 ‘미니 탱크데이’ 이벤트를 진행했고, 5월 18일에는 ‘탱크 데이’ 이벤트를 진행했다. 특히 “책상을 탁”이라는 표현은 고문 치사 사건의 악명 높은 표현인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이 단순 우연의 연속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스타벅스 불매' 기자회견 23일 서울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본사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 정용진 회장 사퇴 촉구 및 스타벅스 불매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5.23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스타벅스 코리아의 과도한 프로모션 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실제로 수백 건의 이벤트가 반복되다 보니 사회적 맥락 검수가 부족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변명이 될 수 없다. 하필이면 4·16과 5·18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기억과 연결되는 날짜와 표현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는 기업 내부에 역사적 감수성과 사회적 공감 능력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는 원래 감성 경영과 문화적 상징성을 중요하게 다뤄온 기업이다. 인사동 매장 간판을 한글로 제작하며 지역 문화 존중의 상징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그런 기업이 한국 사회의 집단적 상처를 건드리는 이벤트를 반복했다는 사실은 단순 실수 이상의 문제를 드러낸다.

인지심리학에는 “점화효과(priming effect)”라는 개념이 있다. 특정 단어나 이미지가 이후의 인식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기업 마케팅은 이 효과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브랜드 색상, 문구, 상징은 모두 소비자의 무의식을 자극하기 위해 설계된다.

그렇다면 스타벅스 코리아가 사용한 ‘탱크’, ‘책상을 탁’, 날짜 선정 등의 요소 역시 사회적 기억과 연상 작용을 충분히 유발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미 오너의 과거 SNS 행적이 누적된 상황에서는 대중이 이를 정치적·역사적 조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결국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 이벤트 기획 실패가 아니라 오너의 세계관이 기업 조직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다.

부정적 점화 효과를 반복적으로 일으키는 오너는 더 이상 “개인의 SNS 취향”이라는 보호막 뒤에 숨을 수 없다. 기업의 역사 인식과 사회적 감수성은 결국 최고 권력자의 태도를 닮아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 한 사람을 교체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스타벅스 본사가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그룹 차원의 책임을 묻고 경영 구조 자체를 재검토해야 할 사안에 가깝다.

역사적 비극은 결코 마케팅 소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희생자와 유가족의 상처를 연상시키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단순 실수가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사회적 폭력이다.

이번 사건은 기업인의 왜곡된 역사관과 무감각함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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