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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세훈 서울시장이 28일 중구 초동에서 열린 '서울영화센터 개관식'에서 제막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서울시는 지난 15년간 영화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구축해온 ‘서울시네마테크’ 계획을 뒤집고 명칭을 ‘서울영화센터’로 변경했다. 건립준비위원회는 해산됐고, 시네마테크의 핵심 기능인 필름 수장고·아카이브·열람실·전용 상영관·연구·교육 공간은 대거 삭제됐다. 협의나 공청회 없이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방향을 틀어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울영화센터는 시네마테크 본래의 목적을 잃은 채, 상영·행사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축소되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이름이나 운영 방식이 바뀐 사안이 아니다. 공공 문화정책의 정체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동시에 흔들린 사건이다. 영화계가 수십 년간 요구해온 ‘영화 도서관’이라는 공공적 가치가 행정 편의와 상업적 공간 논리에 밀려 사라진 셈이다.
그렇다면 애초 시네마테크는 무엇이며, 왜 그 존재가 중요한가.
시네마테크의 의미: ‘영화 도서관’의 탄생
프랑스어 ‘bibliothèque(도서관)’에서 ‘biblio(책)’를 떼고 영화(cinéma)를 붙여 만든 말이 ‘시네마테크(Cinémathèque)’다. 도서관이 자료를 수집·보존하고 연구 환경을 제공하듯, 시네마테크 역시 영화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존·분류하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단순 관람 공간을 넘어 새로운 영화창작자를 길러내는 토대가 된다. 프랑스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Cinémathèque Française)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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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사진=연합뉴스) |
1936년 앙리 랑글루아(Henri Langlois), 조르주 프랑주, 장 미트리가 설립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영화 유산의 보관·복원·상영·연구를 결합한 기관이다. 박물관, 아카이브, 상영관, 전시장이 함께 구성된 복합 문화기관이며, 랑글루아는 가능한 많은 영화를 확보하고 가능한 많은 관객에게 보여주는 일을 사명으로 삼았다.
1968년 프랑스 정부가 랑글루아를 부당 해임하자 장뤼크 고다르, 로베르 브레송, 장 르누아르 등 감독들은 물론 롤랑 바르트, 피카소, 잉마르 베리만, 히치콕 같은 세계적 예술가들까지 반대 시위에 나섰다. 결국 정부는 독립 운영을 인정했고, 이 사건은 1968년 5월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오늘날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5만 편의 작품과 100만 건의 아카이브를 보유한 세계 최대 영화 데이터베이스로, 세대·국가를 넘어 영화 전승의 중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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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무로 영상센터 오!재미동. 곧 철거될 예정이다 (출처=서울시) |
한국의 시네마테크 운동과 공공 시네마테크의 탄생
한국에서 시네마테크는 1990년대 중반 고전·예술영화를 공유하고자 했던 영화 애호가들의 자발적 운동으로 시작됐다. 이는 2002년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로 결집했고, 강릉씨네마떼끄·광주시네마테크·대전아트시네마·아이공·서울LGBT아카이브 등 여러 지역의 단체들이 함께했다.
유현목 감독은 “시네마테크를 후원하는 것은 한국 영화문화와 예술에 대한 투자”라고 말할 만큼 그 역할은 분명했다.
2010년 이후 공공 시네마테크 건립은 영화계와 시민사회가 함께 추진해온 중요한 공공영화도서관 정책이었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 부임 이후 명칭 변경, 기능 축소, 건립준비위원회 해산 등 15년간 합의된 원안이 절차 없이 뒤엎어졌다. 이는 행정 편의가 공공성 위에 놓인, 전형적인 절차적 정당성 붕괴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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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센터 1상영관 모습 (사진=연합뉴스) |
‘수장고 없는 영화센터’는 시네마테크가 아니다
서울영화센터에는 시네마테크의 심장인 ‘수장고’가 없다. 일부 DVD나 서적이 있다고 하지만, 많은 고전예술영화는 DVD조차 없다. 희귀 필름일수록 전문 아카이브 시설이 필수적이며, 이는 단순한 수집이 아니라 유산 보존의 문제다.
서울시는 영상자료원과의 기능 중복을 이유로 들었지만, 영상자료원은 한국영화 보존 중심이고, 시네마테크는 해외 고전·예술영화까지 포괄해야 한다. 한국영화의 성장과 한류의 뿌리에도 해외 영화 접근성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외면한 결정이다.
더구나 서울시는 고전예술영화 70% + 상업영화 30%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도서관에서 베스트셀러 전시행사를 절반 가까이 운영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운영 주체가 서울경제진흥원(SBA)이라는 점도 상업적 운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결국 서울영화센터는 ‘영화 도서관’이 아니라 ‘상영 이벤트 공간’에 가깝다.
오세훈식 개발의 구조: 새 건물 하나 짓고 기존 생태계를 밀어낸다
서울시는 360억 원을 투입한 서울영화센터 개관과 함께 21년간 시민 문화거점 역할을 해온 ‘오!재미동’을 중복된다며 종료했고, 시설은 1월 철거 예정이다. 또한 인디·예술영화의 중요한 창구였던 공공상영회 ‘인디서울’ 예산도 전액 삭감했다.
새 건물을 지으면서 기존 생태계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워버리는 방식이다. 이는 서울혁신파크 철거, 마을미디어 사업 종료, 세운상가 일대 개발 등 최근 서울시 문화·도시정책의 반복되는 패턴과도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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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영화센터 내 기획전시실 모습 (사진=연합뉴스) |
영화 생태계는 ‘집중’이 아니라 ‘분산’을 통해 유지된다
한국 영화의 위기는 멀티플렉스 중심 구조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시민 누구나 다양한 영화를 일상적으로 만나는 공간과 창구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또다시 멀티플렉스형 시설을 만들고 기존 다양성 생태계를 약화시키고 있다. 이는 ‘보여주기식 랜드마크’일 뿐 영화의 근간을 다지는 정책이 아니다.
영화 아카이브는 영화의 ‘기억 저장소’이자 창작의 뿌리다. 수장고·열람실이 없는 영화센터는 시네마테크가 될 수 없고, 세계 영화인들이 찾는 공간이 될 수도 없다.
서울영화센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영화인도, 시민도 아닌 채 공공성 없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남는다면, 그 존재 이유는 희미해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지키고 공공성을 지키고, 영화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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