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고시' 기저귀 차고 유치원 시험보는 네 살 아이들...낙방하면 재시험 [김용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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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30 09:00:01
김용택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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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알파벳 대소문자 읽고 쓰기,회화 시험 합격해야 다닐 수 있는 영유아 학원
유아대상 영어학원 전국 956곳 중 서울 강남 277곳...월평균 교습비 114만원
수백 명 응시, 입학 정원 30~40명...보습학원에서 보충 교육까지
▲ (사진=연합뉴스)

‘알파벳 대소문자 읽고 쓰기, 간단한 영어 회화 시험에 합격해야 입학 자격이 주어지는 시험’, ‘4세 고시’이다. 떨어지면 3∼6개월 뒤 ‘재시험’을 봐서 합격해야 이 ‘영유아 학원’에 입학할 수 있다. ‘의대 광풍’이 최근 사교육의 종착지라면 ‘영유아 학원’은 그 출발지로 통한다. 일부 영유아는 네 살 때부터 40∼50분 수업에 10만 원이 넘는 ‘영유 입학’ 과외를 받거나 프렙(Prep·준비) 학원에 다닌다.


■ 유아대상 외국어 영어학원은 전국 956곳
 

유아 대상 외국어학원은 전국 956곳 중 85% 이상이 수도권과 광역시에 몰려 있었다. 국책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의 '영유아기 사교육 경험과 발달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국 유아 사교육기관은 총 8천761곳으로, 대체로 인구수에 비례해 분포했다. 수도권과 광역시에 66% 이상 집중됐고, 시군구 중엔 서울 강남구가 277곳으로 가장 많았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국 유아 사교육기관은 총 8천761곳으로, 대체로 인구수에 비례해 분포했다. 수도권과 광역시에 66% 이상 집중됐고, 시군구 중엔 서울 강남구가 277곳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의힘 조정훈 국회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시도교육청별 유아대상 영어학원 현황을 보면 서울이 227개에서 258개, 부산이 41개에서 69개, 대구는 19개에서 41개, 인천은 23개에서 41개, 경기는 147개에서 230개로 늘었다. 2019년만 하더라도 유아대상 영어학원이 아예 없던 세종에도 벌써 10군데의 유아대상 영어학원이 생겼다. 줄어든 곳은 강원도 뿐이었다.(13개→12개)


우리나라 6세 미만 영·유아의 1인당 사교육비가 월평균 33만원으로 집계됐다. 영유아 절반 가량이 사교육을 받고 있으며 ‘영어유치원’(영어학원 유치부)으로 불리는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154만 5000원에 달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영어 유치원의 월평균 교습비와 기타 경비 합계(기타 경비 0원 제외)는 2024년 6월 기준 119만 원(4시간·반일제·주5회)으로 나타났다. 전국 영어 유치원의 월평균 교습비는 114만 원이었다. 기타 경비는 27만 원이었다.

 

해마다 수백 명이 응시하지만 입학 정원은 30~40명 정도다. 입학 후에는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 또 다른 보습학원을 오간다. 영유도 사교육이기 때문에 어린이 입장에서는 ‘3중 사교육’을 받는 셈이다.

 

▲ (사진=연합뉴스)

■ 4세 어린이에게 하루 9시간 36분(576분) 수업


유아대상 영어학원 일 평균 교습시간은 4시간 57분으로 초등학교 1, 2학년 수업시간보다 길고, 중학교 수업시간과 같은 수준이다. 교습시간이 가장 긴 학원은 9시간 36분(576분)동안 영어학습에 노출되고 있어 시정이 시급한 실태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4 유아 사교육비 시험 조사’ 결과를 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2000원이었다. 국어·영어·수학을 포함한 일반 과목과 논술 과목이 34만원이고, 영어가 41만4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학원 유형별로 월평균 사교육비를 살펴보면, 이른바 ‘영어 유치원’으로 불리는 영어학원 유치부가 154만5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영유아들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33만2000원이다. 만 2세 이하(사교육 참여율 24.6%)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14만5000원, 만 3세(50.3%)는 31만4000원, 만 4세(68.9%)는 38만4000원, 만 5세(81.2%)는 43만5000원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사교육 참여율이 높아지고 비용도 늘어났다. 

 

과목별 1인당 사교육비는 영어가 41만4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취미·교양(12만7000원), 체육(12만7000원), 음악(12만2000원) 순이었다. 어린이집·유치원 대신 가는 반일제 영어학원(이른바 ‘영어 유치원’)의 1인당 월평균 비용은 154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1년으로 계산하면 1854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연간 평균 대학 등록금(683만원)의 세 배에 가깝다.

 

▲ (출처=픽사베이)


■ 5살 아이에게 “지구에 물이 없다면?”을... 영작하라”


5살짜리 아이 입학시험에는 “지구에서 물이 없어진다면?”(What will happen if, ther is no whter on Earth?), “백만장자가 된다면 뭘 할래”(What will you do if you bocome a millionaire?“),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방법”(How to make new frinds)... 만 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레벨 테스트’ 영작 기출 문제다.


■ 영유아 선행학습 “정신건강에 해롭다”


어린이의 놀 권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한 기본권이며, 한국 또한 이를 비준한 국가이다. 그러나 일부 영어학원들은 만 6세 유아에게 입학시험을 치르게 하고, 낙방의 경험까지 강요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영유아기 아이들을 ‘줄 세우는’ 교육은 놀이 중심의 유아교육과 전혀 무관하며, 『유아교육법』 제3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보호자와 더불어 유아를 건전하게 교육할 책임을 진다’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조기에 영어를 익히면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반대로 과도한 학습부담이 아이의 정서적 발달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조기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모국어 발달이 지연될 수도 있는 점을 지적한다. 

 

소아정신과 전문의들은 “영어 유치원 열풍이 학습 경쟁을 부추기면서 아이들에게 불필요한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경고한다.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10명 중 8명은 과도한 선행학습이 영유아의 정신건강에 해롭다고 고 했다. 

 

전문의 40.7%는 영유아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 ‘최소 3시간 이상’ 놀이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기인지교육이 영유아에게 끼치는 부작용으로는 ‘짜증, 분노, 공격성 등 감정조절의 어려움과 같은 정서문제’가 51.9%로 가장 높았다. ‘부모와의 관계 악화’가 48.1%, ‘학습 거부 등 행동문제’가 40.7% 순이었다.

 

▲ (사진=연합뉴스)

 

■ 부모 욕망이 만든 아이들의 지옥


부모들은 '영어유치원 안 다니는 우리 아이, 남들보다 뒤쳐지는 건 아닐까?' 걱정한다. “영어유치원 열풍은 인지, 정서 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모국어 습득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며 정신병리학적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게 학자들의 진단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만 3세 이상 취학 전 유아의 99.8%가 사교육을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교육개발원은 사교육 시간과 성적과의 상관관계는 0.06%라고 한다. 효과가 거의 없다는 말이다.


부모들은 '영어유치원 안 다니는 우리 아이, 남들보다 뒤쳐지는 건 아닐까?' 걱정한다. 영어로 말을 해야하는 내적동기와 자발성이 없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아이의 뇌를 병들게 할 수 있다. 4살짜리가 영어를 읽고 싶을까? '가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가 가을이란 글자를 읽는 것이 무슨 의미한 일이다. 아이들은 글을 읽어야 할 이유도 없고, 의미 없는 글을 읽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부모의 욕심과 입장에서 아이에게 한글 학습지를 시키고, ‘영어유치원에 입학시켜 영어를 가르치면서 아이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한창 부모의 사람을 받으며 재롱을 떨어야 할 4살 아이에게 외국인 강사의 지도 아래 미국 어린이들이 즐기는 놀이를 가르치고, 할로윈데이, 추수감사절 등 미국인들이 기념하는 명절마다 작은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학원 관계자는 "우리 학원은 단순히 영어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미국식 문화를 가르친다"며 "문화를 알아야 영어로 사고하는 능력이 길러진다"고 홍보했다. 이런 강사들에게 미국식 문화를 배우면서 자라면 사랑하는 내 아이들이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것인지를 부모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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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댓글 >

댓글 4

  • 밤바다님 2025-03-30 11:30:16
    모국어도 서툰 영유아에게 영어를 주입하기위해서 미국식 문화까지 가르친다니...
    설마 그 부모들은 그 아이가 한국인이 아닌 미국인으로 살기를 바라는 건 아니겠죠???
    그런 부모를 둔 아가들은 선택이 아닌 강요로 얼마나 힘들지...
    부모들의 경쟁심이 부추긴 교육행태에 멋모르고 희생당하는 영유아들이 너무도 안타깝네요...

    김용택 위원님 완전 격공하며... 안타까움에 절감하며 잘 봤습니다~^^
  • 박민서님 2025-03-30 10:00:15
    미쳤군 여기가 미국인가 한국문화를 가르쳐도 모자를 판에 미국문화를 가르치는 유치원 돈벌이에 환장한 대한민국 망치는 악의축~~
  • 박민서님 2025-03-30 09:54:37
    젊은 엄마 아빠들이 정신을 차려야 할텐데~~한글은 지대로 가르치는지?사람 교육부터 시켜라 쯧쯧쯧
  • 감동예찬★T.S님 2025-03-30 09:34:10
    ㅠㅠ... 미국문화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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