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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1년 5.16 군사쿠데타를 지지하는 육사생들의 퍼레이드를 지켜보는 박정희 (사진=연합뉴스) |
12·3 비상계엄 쿠데타 1년을 앞두고 극장가에는 기이하고도 그로테스크한 풍경이 펼쳐졌다. 민주주의를 파괴한 폭압의 본질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개봉·준비되는 와중에, 그에 대응하겠다며 등장한 일부 영화들은 사실관계와 역사 인식을 외면한 채 전혀 다른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이 이를 두고 ‘양극화된 극장가’라고 표현했으나, 과연 비교의 대상이 되기나 하는지 의문이었다.
12월 3일 개봉한 〈비상계엄〉은 한국 현대사의 궤적 속에서 계엄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다룬다. 지난 17차례의 계엄이 어떤 배경과 문제점을 지녔는지 짚어내며, 잘못된 계엄은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한다. 신간 『계엄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가 담고 있는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12월 11일 공개될 〈대한민국은 국민이 합니다〉는 시민적 연대와 참여의 기록을 중심에 놓는다. 국회 앞을 지킨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12.3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의 흐름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러나 12월 4일, 그들의 대응 작품으로 내세워진 것은 박정희를 다룬 다큐멘터리였다. 그 홍보 문구는 사실상 비상계엄 쿠데타를 미화하는 데 가까웠다.
“정권이 무너지고 헌법은 새로 쓰였다. 정치가 멈추자, 혼란의 한가운데에서 한 남자가 국가의 운명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지우고 다시 쓴 시간. ‘국가초기화’가 시작되었다.”
이는 박정희와 윤석열을 은연중에 동일선상에 놓는 서사이며, 윤석열이 비상계엄 발표의 정당화 근거로 삼았던 ‘국가 초기화’ 논리와도 겹친다. 5·16이 이미 법정에서 명백한 군사 쿠데타로 규정되었음에도, 이런 담론을 되살린 영화가 12·3 쿠데타 1년 즈음해 다시 스크린에 걸린 것은 기괴함을 넘어 위험하기까지 했다.
그보다 앞서 이승만을 다룬 다큐가 개봉한 점까지 고려하면, 극장가는 마치 이승만·박정희의 ‘구원 등판’을 연이어 시도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들 두 인물이 역대 17차례 계엄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냉엄한 사실 앞에서, 그들의 ‘미화’는 설 자리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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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0년 4월 26일 이승만 하야성명 당일 민중들이 철거한 탑골공원의 이승만 동상 (사진=연합뉴스) |
이승만과 윤석열의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단기 계엄을 선포했다는 점이다. 4·19 당시 이승만의 계엄은 4시간, 윤석열의 명령은 5시간 30분으로 짧았다. 두 경우 모두 시민의 저항과 국민적 힘이 사태를 단기간에 종결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엄의 효시였던 여순 사건 당시 이승만의 조치가 이후 계엄 남용의 토대를 만든 것도 사실이다. 그 극단적 사례가 바로 5·16 이후 이어진 558일간의 장기 계엄이었다. 이는 1980년 신군부가 연장한 440일의 계엄보다도 훨씬 길다. 박정희 정권은 이 장기 계엄을 통해 군사정권의 기반을 다졌고, 민주 진영은 철저히 위축됐다. 그들이 말하는 ‘국가 초기화’의 실체란 바로 이러한 민주주의 파괴였으며, 이는 필연적 자멸로 이어졌다.
비상계엄은 국가적 비상사태로 행정·사법 기능이 마비될 때,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만 허용된다. 그러나 여순 사건 당시 국군의 제주 출동 거부를 이유로 계엄을 발동한 것은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남용이었다. 이승만·박정희 두 정권이 계엄을 반복적으로 악용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을 미화하는 영화가 지금 다시 제작·상영되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
12월 5일, 왜곡 논란이 컸던 여순사건 진상보고서 기획단 2기가 공식 출범했다. 이제 예산·인력 확충과 편향성 극복을 통해 국가 폭력의 진실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희생자의 명예 회복과 실질적 피해 보상의 문제다. 12·3 내란 쿠데타 시도 또한 여순 사례처럼 수많은 피해자와 유가족을 낳을 수 있었던 중대한 국가 폭력의 우발적 도입이었다.
그런데도 이러한 쿠데타 논리를 은근히 옹호하거나 정당화하는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고 상영되는 행위는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에 대한 침해”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헌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조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국민주권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서사를 영화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 자체가 헌법적 가치에 반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공공선의 원리를 침식한다.
결국, 헌법을 유린한 이들의 논리를 미화하는 영화는 예술이 아니라 정치적 선전물에 가깝다. 그리고 그런 영화정치는 역사 속에서 늘 그랬듯, 스스로의 모순으로 사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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