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회를 등지고 앉은 교사들의 국회앞 8차 집회 (사진=연합뉴스) |
교권이란 무엇인가
지난 7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지난 16일에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 3만명이 검은 옷 차림으로 국회 앞에서 ‘교권보호 4법’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 ‘교권 4법’과 아동복지법·아동학대처벌법의 조속한 개정을 요구하며 8주 연속으로 토요일 집회를 열었다.
이들의 손에는 ‘정서학대 교사적용 배제’, ‘9월 국회 1호 통과’ 등의 피켓을 들고 “죽지 말고 살아가자 손을 잡고 연대”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교사들이 이처럼 간절하게 주장하는 교권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교권’이란 학생에 대한 교원의 우월적 지위가 아니라 국민의 자녀 교육권을 위임받아 교원 자신이 가지는 전문교과에 대한 지적능력, 높은 수준의 덕성과 인격을 바탕으로 진리와 양심에 따라 외부의 부당한 지배나 간섭 없이 자유롭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권리다.
이러한 교권은 교육 법규에 따른 교원의 수업권, 교육과정 결정권, 교재 선택 활용권, 강의내용 편성권, 교육방법 결정권, 성적 평가권, 학생생활지도권, 학생징계 요구권을 말한다.
교권이란 “물리적으로 학생들을 강체하는 힘”이 아니다.
학계에서는 교권(敎權)에 대한 개념을 첫째,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 둘째, 교육의 주체로서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셋째, 교육과정과 수업, 평가 등 일련의 교육적 과정에 대해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리. 넷째, 수업과 생활지도 등 교사가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행사하는 권한...등 4가지로 본다.
![]() |
▲9월 국회 1호 법안 통과를 외치는 교사들 (사진=연합뉴스) |
교권이 왜 무너졌을까
‘교권보호 4법’ 통과하면 무너진 교권이 신장되고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될까?
교권이 무너졌다는 것은 교사가 교육 활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권리와 권위를 상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사들이 요구하는 교권 회복은 학생의 폭언, 욕설, 폭행, 성희롱, 학부모의 폭언, 욕설, 폭행, 학교 경영진의 부당한 대우...등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입시위주의 교육 현실을 두고 국회가 교권 4법을 1호 법안으로 통과시키면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고 교사들이 교육다운 교육을 하는 곳으로 바뀔 수 있을까.
발목을 다쳤는데 손목에 깁스한다고 다친 발목이 낫지 않는다. 교권회복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역사에서 교사들이 제대로 된 교권을 행사한 일이 없다. 지금까지 학교는 교사들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교육하지 못하고 교과서의 지식만 암기시켜 시험점수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반교육을 반복해 왔다.
시비를 가리고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판단력을 길러주지 못하는 교사들을 학생들이 존중하겠는가? 학교에서 잠자고 학원에서 공부하는 현실을 두고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하는 마음이 생기겠는가?
![]() |
▲국회 앞 교사 집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
교육 못하는 교사들이 존경받겠는가
학교는 학생이 지식을 습득하고, 인성을 함양하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현재의 학교는 입시 위주 교육으로 교육과정은 뒷전이요, 개성이나 창의력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지 못하고 천편일률적으로 지식주입교육으로 일관해 왔다.
학생의 개성이나 장래희망과는 무관하게 수학능력고사에 출제되는 교과목은 주요과목, 그밖의 수능에 예체능과목은 기타과목이 됐다.
우리 헌법 제 34조는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③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⑤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⑥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했다.
‘묻지 마’ 범죄가 왜 일어나는가? 피의자가 심성이 나빠서...? 그렇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더 이상 살 맛이 없는 세상. 희망에 없는 세상에 대한 분노요 저주다.
헌법 34조만 제재로 지켜진다면... 아니 그런 교육이라도 한다면 이런 묻지 마 범죄가 끊이지 않고 계속 될까?
교사들의 교권... 정말 필요하고 절실하다. 그런데 교권이 신장된다고 해도 교과서만 가르쳐 일등짜리 찾아내는 현실을 두고 교권이 무슨 소용인가?
교권신장 이전에 학교가 교육하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교권을 살리는 길이다.
[시사타파뉴스의 새 칼럼니스트를 소개합니다]
김용택 위원은 1969년 초등교사로 시작, 79년부터 마산여상(현 무학여고) 교사를 하다 1989년 전교조 초대 마산 지회장으로 활동중 5년간 전교조관련 해직된 아픔을 겪었습니다. 이후 1994년 울산 일산중학교로 복직한 후 2007년 정년 퇴임까지 교직에 몸 담았습니다.
1990년 경남도교육청 교섭투쟁 중 구속되었고, 2대와 3대 전교조 경남지부장·전교조 부위원장을, 1999년에는 경남도민일보 창간준비위원으로, 2016년부터 2023년 2월까지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 이사장을 역임했습니다. (편집자 주)
[저작권자ⓒ 시사타파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