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가치를 등급 매기는 야만적인 사회 [김용택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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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 17:00:15
김용택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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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한다고 다 훌륭한 사람 아니다
▲대입개푠안 발표하는 교육부 (사진=연합뉴스)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은 내년 중3이 되는 학생들의 고등학교 내신 평가 제도도 대폭 바꾼다. 2025학년도 고1 학생 내신부터 상대평가의 성적을 현재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한다. 

 

과목별 시험 점수에 따라 5단계(A~E)의 절대평가 성적을 부여하면서, 석차에 따른 등급(1~5등급)도 매기는 것이다.


내신 등급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줄면 학생 간 내신 경쟁 압박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9등급에서 내신 1등급은 과목별 상위 4%만 받을 수 있지만, 5등급으로 바뀌면 1등급이 10%까지 확대된다. 현재 1·2등급을 합친(11%) 수준이다. 

 

2등급은 34%, 3등급 66%, 4등급 90%, 5등급 100% 순이다.

지난 12월 28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내신 1등급, 상위 4%에서 10%까지 확대> 기사 중 일부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절대평가 성적을 과목별 시험 점수에 따라 5단계(A~E)로 나눈다는 사실을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이렇게 보도한다. 

 

그게 왜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반문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는 학교가 성적에 따라 등급으로 나누어져 있다. 

 

일반고, 특수목적고(외국어고, 국제고, 과학고, 예술·체육고, 마이스트고), 자율형고, 특수학교, 특성화고, 영재학교, 대안학교, 방송통신고로 교육과정조차 천차만별이다.
 

 

■ 평가란 무엇인가
 

평가란 ‘학습자 행동의 변화를 관찰하여 평가자의 평가 기준에 비추어 해석하고 이를 교수 과정에 피드백하기 위해’ 실시한다. 

 

그런 평가에는 ’수업을 앞두고 학습자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치르는 ‘진단평가’도 있고 교수학습 과정을 개선할 목적으로 치러지는 형성평가도 있다. 또 교육목표 달성을 알아보기 위한 총괄평가와 학습자 스스로 지식이나 기능을 행하는 방식의 수행평가도 있다.
 

평가의 목적은 ‘학습자끼리 혹은 학급끼리 비교해 우열을 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교육과정을 개선하고 학습자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현재 학교에서 치러지고 있는 평가는 어떤가. 평가가 지향하는 원론적인 목적은 실종되고 개인간 학급간, 학교간 혹은 지역간 서열을 매기기 위해 치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늘날 교육이 무너졌다는 것은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의미보다 이렇게 비교해 서열을 매겨 경쟁을 교육이라고 신앙처럼 믿고 있는 것이다.
 

 

■ 수학능력고사는 무엇을 평가하기 위해서인가
 

내년 중3이 되는 학생들의 고등학교 내신 평가 제도를 상대평가의 성적을 현재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완화하겠다는 수학능력고사 개편안은 일반적인 평가인 진단평가나 형성평가 그리고 수행평가와는 의미가 다르다. 

 

이름은 수학능력고사(修學能力고사)란 ‘대학에 입학해 교육을 얼마나 잘 '수학(修學)'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지만 현실은 비행기 이착륙 시간까지 조정하고 소수점 이하 몇 점으로 사람의 가치까지 한 줄로 세우는 시험이다.
 

1993년 8월부터 시작한 수학능력고사는 1993년 8월부터다. 

 

이름은 연합고사, 자격고사, 예비고사, 학력고사 순으로 4번이나 바뀌었다. 1945~1953년 대학별 단독 시험제(대학별 입학시험), 1955~1961년 대학별 단독 시험제 부활+내신제(권장)병행, 1962년 대학입학자격국가고사가 시행됐다. 

 

1963년 대학입학자격고사+대학별 본고사를 시작으로 2002년 수시와 정시, 수능+학생부+논술/면접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무려 14번이나 입시제도가 바뀌었다.
 

▲수능 교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 공정을 가장한 수학능력고사는 공정한가
 

줄 세우기는 비합리적·비과학적이다. 

 

수학능력고사는 능력대로 학생을 선발한다고 하지만 IQ 테스트도 5% 정도의 오차가 있으며, 수능은 개발자가 직접 10% 정도 오차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500점 만점에 450점을 받은 학생과 448점을 받은 학생의 차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100명이 입학정원인 학과에 100번째로 입학하는 학생의 점수가 450점이라면, 448점을 받은 학생은 450점을 받은 학생과 딱히 실력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떨어지게 된다. 이것이 공정한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시험을 치러야 하는 수능과 같은 시험은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프랑스의 <르몽드> 신문은 “한국 아이들의 성적은 우수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학생들"로,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세상에서 가장 경쟁적이고 고통스러운 교육”이라고 표현했다. 

 

또한, 2000년도부터 3년마다 전 세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OECD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한국 학생들은 매번 문제 풀이에 있어선 뛰어난 성적을 내지만 학교에서의 행복도는 지속적으로 최하위로 나타난다”고 했다.
 

지위나 권력, 돈 성적으로 사람의 가치를 줄 세우는 사회는 야만적인 사회다. 

 

우리 헌법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누리고 있는가. 국가는 헌법 10조와 11조가 보장하는 기본적 권리를 누리고 살도록 지킬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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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댓글 >

댓글 4

  • 진경압바님 2024-03-27 07:08:20
    김용택 위원님 칼럼 유익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 민님 2024-03-26 23:02:28
    일류코스만 거쳐 왔다고 해서, 제대로 된 인격을 갖춘 사람과 동일시 하면 안된다는걸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일류대학 출신에 잠깐 우러러 볼 순 있지만, 결국 평가는 그 사람의 보이는 인격으로 하는 것이니까요. 천편일률적인 주입식 교육과 등수 매기기는 반드시 시정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 됩니다
  • WINWIN님 2024-03-26 22:14:05
    김용택위원님 칼럼 감사합니다
  • 밤바다님 2024-03-26 21:32:29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가 아닌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교육현실.......
    김용택 위원님 좋은 글 공감하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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