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윤종 "尹, 보고자 임기훈에게 화를 내고 다른 참석자들은 나가라 했다"
특검, 당시 회의에 김용현 전 경호처장도 참석했다는 진술 확보
박정훈 "모든 것이 제대로 밝혀지고 정리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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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상병 사망 사건 초동조사 당시 수사외압을 폭로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6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7.16 (사진=연합뉴스) |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둑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의혹의 시작점에서 외압에 맞섰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6일 특검에 출석해 "VIP 격노는 설이 아닌 사실"이라고 못 박았다. 이는 "격노를 봤다"는 전직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의 '자백성 증언'과 맞물리며, "기억이 없다"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더욱 고립시키는 모양새다.
"진실은 밝혀진다"…박정훈 대령, '격노'에 쐐기
사건의 모든 풍파를 온몸으로 맞았던 박정훈 대령은 16일 오후,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그는 1년 만에 '격노'를 인정한 김태효 전 차장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결국 진실은 다 밝혀진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담담하지만 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특히 'VIP 격노설'의 실체에 대해 "격노가 (수사 외압의) 시작점"이라며 "설이 아닌 사실로 규명됐다. 모든 것들이 제대로 다 밝혀지고 정리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통령의 격노가 단순한 감정 표출이 아닌, 수사 결과 번복으로 이어진 '외압의 시발점'이었음을 명확히 한 발언이다. 그는 채 상병 순직 2주기를 앞둔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면서도 "특검에서 책임 있는 자들이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받을 것이라 확신한다"며 수사에 대한 강한 믿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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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상병 사건 수사방해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 특검팀이 11일 수사외압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윤석열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윤석열 주거지. 2025.7.11 (사진=연합뉴스) |
'격노 봤다'는 측근들, '기억 없다'는 이종섭
박 대령의 이러한 확신은 특검 조사에서 속속 확보되고 있는 '내부자들의 증언'과 정확히 일치한다.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에 이어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까지, 2023년 7월 31일 회의에 참석했던 핵심 관계자 3명은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격노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히 왕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보고자에게 화를 내며 다른 참석자들은 나가라고 했다"고 구체적인 상황까지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혹의 키를 쥔 이종섭 전 장관 측은 여전히 "격노로 느낄 만한 기억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이 '이런 사안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나'라는 취지로 역정을 낸 것으로 보이는데, 법리에 밝은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지적"이라며 '격노'를 '법리적 지적'으로 축소 해석하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격노' 왜 중요한가?...수사 외압의 시작점
'VIP 격노'는 임성근 전 사단장을 포함한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결과가, 대통령의 격노 직후 경찰 이첩이 보류되고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혐의자가 2명으로 축소되는 과정의 시작점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격노의 실체와 그 내용, 지시 여부는 윤석열의 수사 개입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스모킹 건'이다.
외압에 맞섰던 수사 책임자의 '사실'이라는 확언과, 회의실 문 안쪽에 있던 측근들의 '목격했다'는 증언이 쌓여가는 가운데, '기억나지 않는다'는 이종섭 전 장관의 주장은 점점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검의 칼날은 이제 '그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그리고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를 향해 정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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