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과 보수의 감수성 [이은영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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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7 17:00:44
이은영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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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또 5.18광주야’ 하는 보수의 감수성,
이번 쾌거는 ‘의미의 이해’가 주는 희망에 수상한 것
▲ 교보문고에 마련된 한강 작가 코너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 생시인지 뺨을 꼬집어 볼 정도로 신기하고 감격스럽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은 1970년 광주 출생이다. 한 작가가 쓴 <소년이 온다>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쓴 글이다. 2014년에 발표되었으니 벌써 10여년 전 작품이다.
 

한강 작가의 수상이 알려지자 여기저기서 시기심과 질투어린 품평들이 삐죽이 올라온다. 

 

“왜 너냐?”

 

어처구니없는 투덜거림에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200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김대중 대통령에게 ‘로비해서 받은 것’이란 기도 안 차는 품평들이 올라왔었다. 그때도 그랬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 인지상정(?)이라해도 너무한 선동질이었다. 그런데 지금 또 그때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며 나타나고 있다. 

 

김규나 작가의 한강 비판 글이 대표적인데 이번에는 ‘로비설’이 아니라 ‘노벨 가치가 추락했으며 이번 수상 결정은 ‘역사 왜곡’이라는 것’이다. 

 

‘아시아권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온다면 중국 작가인 옌렌커가 더 문학적 깊이가 있다’는 김 작가의 짜증스런 일갈에 하품만 나온다.
 

▲교보문고 한강의 작품 코너 일러스트 (사진=연합뉴스)

 

노벨 문학상 수상은 그 자체의 권위 뿐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부를 가져온다. 

 

우리나라에서 노벨평화상을 탄 김대중 대통령은 재임 중이었고 또 정치인이었기에 수상 이후 이어지는 상업적 성공을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에 한강 작가 관련 기사를 통해 수상 이후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는지를 엿보게 된다. 일단 한강 작가가 나온 연세대는 명예박사 수여, 교수 초빙, 한강 문학관 건립, 문학번역 교육과정 개설 등을 추진 검토하고 있다.
 

노벨문학상 소식이 전해진 후 3일 동안 한강의 책은 53만여 부가 팔렸다고 한다. 인쇄에 24시간을 풀가동해서 물량을 댔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행동하는 관심’이다. 

 

강연회, 방송 출연 등 ‘한강 신드롬’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인데 잘 체감이 안 된다면 ‘임영웅의 성공’에 비견한다면 느낌이 올까? 

 

좀 거칠게 표현한다면 ’돈방석‘에 앉는 것이다.

 

다작을 한 한강의 글을 나는 아직 읽지 않았다.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어머니의 서가에 꽂혀있는 <채식주의자>를 읽어볼 생각이다. 

 

대신 노벨문학상 수상 보도 후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한 작가 출연 인터뷰 영상들을 찾아봤다. 

 

가장 와 닿은 것은 한강 작가가 작사 작곡하고 직접 부른 노래 영상이다. ‘가만 가만 부르는 노래’라는 앨범에 수록된 ‘나무는’. 울고 싶은 때 듣는다면 눈물이 흘러내릴 ‘울림’을 준다.

 

또 가수 김창완씨와의 인터뷰 영상이다. 

 

여기서 한강 작가는 김창완씨와 번갈아 가며 자신이 쓴 <채식주의자>의 대목들을 낭독하는데 그 음성에 내 마음은 울컥해 버렸다. 

 

한 글자 한 글자 연필로 꼭꼭 눌러쓰듯 읽는 그 목소리에 담긴 진실함. 문학은 모든 예술 장르의 토대라는데 그 토대가 의미하는 내용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한강의 낭독.
 

문학이란 평범한 ‘일상’ 속에 있는 희노애락의 느낌과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한강 작가는 폭력적 상황에 놓인 인간의 절망과 괴로움, 외로움과 두려움의 의미를 하나하나 곱씹어서 ‘이해’에 다다르고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의 ‘소소한 용기’를 그려내는데 탁월한 사람인 것 같다. 

 

한강 작가가 써 내리는 ‘시적 산문’은 영상세대인 젊은 세대 또는 삶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메마른 감수성에 촉촉한 위로와 위안을 준다.
 

답답한 듯 고집스럽게 ‘의미의 이해’에 다다르는 여정을 꼴똘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한강 작가의 말과 글은 이슈가 이슈를 덮고 다시 또 더 쎈 이슈가 뒤덮는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사람들이 망각한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하는 강렬한 힘이 있다. 

 

나는 그 힘을 노벨위원회가 알아차렸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문학상의 주인공으로 한강을 지목한 것으로 이해한다.
 

▲한강 작가의 책을 품에 안은 시민 (사진=연합뉴스)

 

‘왜 또 5.18 광주냐?’, ‘왜 또 진보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딱딱한 감수성으로는 이번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전 세계가 알고 싶어하는 5.18 광주에서의 국가 폭력과 치유의 서사에 대해 정작 우리는 무덤덤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는데 이번 한강의 수상을 계기로 다시 5.18 광주의 ‘현재적 의미’를 생각하게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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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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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댓글 >

댓글 3

  • 감동예찬 t.s님 2024-10-17 22:08:03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지.... 눈물이 왈칵 쏟아질 정도로 광주의 아픔을 치유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한강 님 존경합니다.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 WINWIN님 2024-10-17 17:39:37
    이은영소장님 칼럼 감사합니다
  • 민님 2024-10-17 17:34:22
    누군가가 노벨 가치가 추락했다고 썼다해서 노벨 가치가 추락하진 않으니까...한강 작가님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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