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과 자본 그리고 유신 세력에 점령당한 학교 [김용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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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0 10:00:29
김용택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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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교육 세력에 점령당한 학교, "교육이 가능할까"
▲용산역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사진=연합뉴스)

 

일제강점기 일본은 왜 조선에 학교를 세우고 조선 사람들을 교육시켰을까? 조선 학생들에게 인격을 도야하고 사리분별력을 길러주기 위해서? 그것이 아니라면 일본은 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학교를 짓고 학생들을 교육시켰을까? 

 

일본이 조선을 영구 지배하기 위해서는 ‘일본화된 조선인’이 있어야 했고 그런 인간의 도움이 필요했다. 외모는 조선 사람인데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은 일본인인 사람. 즉 ‘황국신민’이 필요했던 것이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도구적인 지식은 식민 통치를 용이하게 하는 황국신민(皇國臣民)이 필요했고 그 덕분(?)에 일본은 36년간 식민 통치가 가능했던 것이다.

 

식민지 시대의 교육이란 정치에 예속된 의식화 과정이었다. 일제의 필요에 의해 조선 사람을 일본 사람으로 만든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영원 작가의 박정희 대통령 동상 (사진=연합뉴스) 

 

해방 후 박정희 정권은 4·19혁명으로 세운 정권을 무너뜨리고 영구 집권을 위해 유신헌법을 제정했다. 유신헌법을 정당화하기 위해 도입한 게 '국정교과서' 제다. 비판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권의 의지는 유신 교육이 시킬 수밖에 없었다. 

 

박정희 정권 시대뿐만 아니다. 과거가 부끄러운 정권일수록 교육을 통한 권력의 정당성을 홍보해 왔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자주 바뀐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교육의 중립성이 필요한 이유다.
 

오늘날 교육위기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자본의 입맛에 맞는 교육. 신자유주의 시대의 교육은 자본의 입맛에 맞는 인간 양성이 필요했고 그래서 '수요자 중심의 교육'인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된 것이다. 교육이 공공성이 아닌 상업주의 논리가 도입된 후 학교는 개인을 출세시켜 주는 학원으로 바뀌게 된다.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완성하고 자주적 생활 능력과 공민으로서의 자질을 구유하게 하여..." 교육법 제1조는 이렇게 선언적으로 명시하는 있지만 그런 교육은 법전에만 있을 뿐 학교는 일등만이 살아남는 삭막한 자본의 시장이다.
 

드라마가 음란물이나 폭력물로 채워지는 것은 자본의 논리인 시청률 때문이다. 안방 극장의 드라마를 제공해 주는 것은 프로듀스가 아닌 광고주인 자본이요, 자본의 필요에 의해 시청자를 마취시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사교과서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이 상품이 된 학교에는 자본의 논리로 그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으로 채워지고 자본의 입맛에 맞는 인간을 양성하게 된다. 

 

보수정권과 수구세력 들이 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식민지 시대 민족의식이나 비판의식을 가진 인간을 키우지 못하게 하듯, 자본에 예속된 학교는 ‘근면한 인간’ 또는 ‘순종’적인 인간을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는 왜 평생 노동자로 살아 갈 아이들에게 노동 3권조차 가르치지 않을까? 과거가 부끄러운 정치세력, 그리고 그런 권력에 기생했던 지식인과 언론, 그리고 변절한 종교는 학교가 비판적인 인간을 길러내기를 바랄까? 

 

우리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 민주적인 인간을 거부한 국정교과서를 가르치던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지만 학교는 학생들에게 민주 의식, 정치의식을 가진 인간이 아닌 '가만있으라!'는 교육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과 교육, 정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그럴까? 

 

법전에는 교육의 중립성이 보장되어 있지만 그것은 법전에서 일뿐, 유신시대 교육은 국정교과서를 만들어 5·16 쿠데타와 10월 유신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순을 밟았던 것이다. 그 일을 위해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에 은혜를 입은 친일 세력과 유신의 후예, 전두환 정권에 복무했던 자들은 '보수'라는 옷을 입고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겉으로는 보수라는 외피를 쓰고 학교가 비판의식을 거세한 인간, 자본의 논리에 순종하는 인간을 길러내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국정교과서를 만드는 이유다. 

 

자기네 주장과 다른 사람은 같은 국민으로 보지 않고 제거의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입만 열면 종북 타령이요, 흑백논리 혹은 냉전논리를 꺼내는 이유는 비판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과거가 부끄러운 세력과 자본, 그리고 이들과 하나가 된 수구 언론, 예수를 팔아 기업인이 된 대형 교회, 그들에게 영혼을 판 곡학아세한 지식인들...이들은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을까?
 

입시 위주의 학교는 결정론적 세계관, 운명론적인 세계관을 가진 인간을 양성한다. 그들이 기득권을 대물림하겠다는 의도를 포기하지 않는 한 학교는 개인을 출세시켜 주는 이기적인 인간, 사회적인 존재가 아닌 개인적인 인간을 양성할 뿐, 더불어 사는 민주적인 인간을 키우지 못한다. 

 

▲학원가 이미지 (사진=연합뉴스)

 

자본이 원하는 인간을 양성하는 학교는 암기한 지식의 양으로 서열화시켜 일등만이 살아남는 막가파식 무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 있다. 승자독식의 경쟁장이 된 학교는 패자를 인간 낙오자로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승자 독식주의 사회, 패자를 낙오자로 만드는 교육. 자본은 불의한 권력과 결정론적인 세계관의 극우 기독교 세력들과 한통속이 돼 패자를 운명론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비판의식을 거세당한 인간, 교과서를 암기시키고 시험문제를 풀이해 제자를 출세시키는 입시 교육을 교육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친일·친미 세력이 있고 친독재와 친자본이 우리 교육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한 무너진 교육을 살릴 수 없다. 학교가 학생들의 비판의식을 마비시키고 운명론자로 키워내는데 어떻게 교육다운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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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댓글 >

댓글 7

  • 진경압바님 2024-03-31 08:21:27
    김용택 위원님 정말 유익하게 잘 읽었습니다 칼럼 감사드려요
  • WINWIN님 2024-03-30 22:29:51
    정말 공감되는 칼럼 감사합니다
  • 감동예찬 t.s님 2024-03-30 21:30:45
    잘 읽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어찌해야 이 승자독식의 세상에서 더불어 잘 살아갈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할지... 시간은 또 얼마나 걸리지..... 첫 단추를 잘 못끼운 탓에 ....ㅠㅠ
  • 섬진강 님 2024-03-30 19:13:00
    가슴 깊이에서는 잘 새기고 있음에도살다보면,, 무뎌지는 것이,, 이게 아닌데,, 잘 새겨서 더 이상은 무뎌지지 않도록 해야겠네요.
  • 사랑하잼님 2024-03-30 13:42:57
    반국가세력, 이라는 섬뜩한 표현에 뇌가 짓눌리는 기분이었거든요. 해독제인 반민주 세력..에 이어 '반교육 세력.' 좀 거친 맞대응이나, 결정론과 운명론이 판치는 말세 다음에 뭐였더라 더듬다가 '그래, 깨기!' 머금고 갑니다.
  • 사랑하잼님 2024-03-30 13:24:29
    일제 식민을 거쳐 독재 정권이 낳은 국정교과서. 교과서에 주입된 선민의식과 자본의 길들임. 동시다발적인 개혁 말고는 정체와 병폐를 뚫을 길이 없을 것 같아 심장이 뜨겁고도 무거워집니다. 좋은 글 감사드려요 ^-^
  • 민님 2024-03-30 13:07:08
    반대쪽엔 빨갱이라고 매도하며 탄압하는 보수정권이, 정작 비판을 용납 않고 무조건적 복종만 요구하는 독재를 저지르는 아이러니... 그릇된 사고를 가진 부모 밑에서도 스스로 판단 가능하게끔, 교육의 변화는 중요하고도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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