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앙 선생의 꿈 ‘균등한 세상’은 실현되고 있나 [김용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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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6 10:00:48
김용택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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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한 세상과 균등한 세상은 다르다
▲AI로 복원한 조소앙 선생 사진 (사진작업=시사타파뉴스)

 

경술국치조약이 체결된 지 10년. 1919년 4월 10일 밤 중국 상하이의 한 다락방에 29명의 청장년 애국자들이 은밀하게 모였다. 

 

밤샘 논의 끝에 그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을 제1조로 하는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만들어냈다. 

 

그 4월 11일 아침, 민주공화제란 체제를 표방한, 대한민국이라는 명칭의 나라가 탄생했다.
 

 

■ 조소앙, 그는 누구인가
 

일제강점기 때,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과 한국독립당 창당에 참여하였으며, 삼균주의를 임시정부의 기본 이념으로 삼은 정치인 · 독립운동가였던 조소앙 선생은 일찍이 민족대동단결의 정신적·종교적 통일을 위하여 육성교(六聖敎)를 제창하고, ‘주권불멸론(主權不滅論)’, ‘민권민유론(民權民有論)’을 주장해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1919년 이른 봄 만주길림(吉林)에서 무장항쟁노선이 집약된 대한독립선언서를 기초하여, 독립운동 지도급 인사 39인의 공동서명으로 발표함으로써 내외에 그 영향력을 떨치기도 했다.
 

조소앙 선생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균등을 이루려면 정치·경제·교육의 균등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보통선거제와 주요 산업의 국유제, 국비 의무교육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민족과 민족의 균등을 이루기 위해 소수민족과 약소민족이 압박으로부터 벗어나야 하며 국가 간의 균등은 제국주의 타도와 전쟁 행위 금지로부터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정치의 균권(均權), 경제의 균산(均産), 교육의 균학(均學)”은 조소앙 선생이 꿈꾸던 나라, 정치·경제·교육의 평등을 기반으로 개인·민족·국가의 평등을 강조한 사상 삼균주의다.
 

 

■ 조소앙 선생이 바라던 균등세상
 

9차례나 개헌한 우리 헌법 전문과 본문 130조 부칙 6조 그 어디에도 균등이란 없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균등세상’이 아니라 ‘법앞에 평등한 세상’이다.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지만 균등은 결과의 평등이다. 부자 부모를 만난 아이와 가난한 부모를 만난 아이가, 고학력자 부모를 만난 아이와 저학력자 부모를 만난 아이가 기회에서 평등할 수 있을까. 

 

머리 좋은 아이와 머리 나쁜 아이가, 건강한 아이와 아픈 아이가, 강남에서 자라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기회에서 평등할 수 있을까.

 

▲전쟁기념관에 전시중인 제헌 헌법 첫 페이지 (사진=연합뉴스)

 

■ 평등과 균등은 어떻게 다른가
 

윤효원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는 “기회의 평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한다. 

 

자본가냐 노동자냐, 부자냐 빈자냐, 도시 출신이냐 농촌 출신이냐, 장애인이냐 비장애인이냐, 남성이냐 여성이냐, 서울이냐 비서울이냐,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 고지능자냐 저지능자냐에 따라 출발선에서 차이가 나고, 기회 값도 달라진다”고 했다. 

 

문화적 자본과 지식의 양이 나뉘는 사회 체제에서 기회의 평등은 허울 좋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과정의 특권'을 당연시하고 '결과의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것은 강자의 논리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슬로건은 법 앞에 평등한 사회에서는 실현하지 못할 이데올로기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 같은 일류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대기업-공기업에 입사했다는 이유로, 전문직 자격증을 가졌다는 이유로, 고시를 패스했다는 이유로 과정과 결과에서 우대와 특혜를 누리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불평등주의가 '기회의 평등' 담론 근저에 깔려 있다. 

 

조소앙 선생이 바라던 세상은 결과의 평등 즉 ‘출발선이 아닌 도착선은 비슷해야 하는 균등세상이다.
 

 

■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공존이 가능한가
 

민주주의는 사람이 주인인 세상을 지향한다. 하지만 자본주의는 사람이 아닌 돈이 주인인 세상이다. 

 

사유사상(私有思想)인 자본주의와 공유사상(公有思想)인 종교가 양립할 수 없듯이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양립이 불가능하다. 공존을 위해서는 민주주의가 변질되거나 자본주의가 변질해야 한다. 

 

결국, 오늘날 대부분의 민주주의가 몸살을 앓거나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형식적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다.
 

“삶은 나약함을 용서하지 않아. 소위 '자비로움'이란 종교적 헛소리지 동정은 영원한 원죄야. 약자들에게 동정을 느낀다는 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것이지” “오직 강자만이 약자들을 몰살시키고 승리할 수 있습니다” 

 

영화 '몰락', 방공호에서 식사 중인 요제프 괴벨스와 아돌프 히틀러의 대화 중에 나오는 얘기다. 

 

자유민주주의 신봉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먹으면 병에 걸려 죽는 식품이면 몰라도,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보다 더 아래라도 선택할 수 있게,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됐던 일이 있다.
 

 

■ 조소앙 선생이 꿈꾸던 균등 세상이란
 

조소앙 선생의 삼균주의의 ‘정권의 균등’은 모든 국민이 주권을 갖는 민주주의요, ‘국유로써 이권의 균등히 하는 경제는 국유제’를, 그리고 ‘공비로서 학권의 균등’은 무상교육으로 모든 국민이 균등한 기회가 부여되어야 하는 민주화의 이상이 담겨 있다. 

 

첫째 ‘정치적 균등’, 둘째 ‘경제적 균등’, 셋째 ‘교육적 균등’은 평등이 아닌 균등한 세상이다. 

 

“아이마다 대학을 졸업하게 하오리다. 어른마다 투표하여 정치성 권리를 갖게 하오리다. 사람마다 우유 한 병씩 먹고 집 한 채씩 가지고 살게 하오리다” 라던 선생의 꿈은 이루어지고 있는가.
 

타고난 재능도, 운도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대한민국 국민들의 대부분은 수학능력고사가 공정한 경쟁이라고 믿는다. 

 

재능을 무시하고 똑같은 문제지에 똑같은 정답을 요구하는 수학능력고사가 해비급 복싱선수와 플라이급 선수가 벌인 시합에서 승자와 무엇이 다른가. 

 

미국의 프로 농구 선수 르브론 제임스가 100년 전에 태어났다면 그런 명예와 지위를 누릴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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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댓글 >

댓글 5

  • 달여울님 2024-06-28 07:50:01
    김용택선생님 오는도 선생님으로 하여 조소앙선생에 관해 더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주시는 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 밤바다님 2024-06-26 22:24:01
    '조소앙 선생이 바라던 세상은 결과의 평등 즉 "출발선이 아닌 도착선은 비슷해야 하는 균등세상"이다.'

    조소앙 선생님이 바라던 세상이 오길 바라며...
    우리 이재명 대표대통령님이 이끌어 가는 대한민국에서 8년 동안 신명나게 살고 싶습니다~♡♡♡
    김용택 위원님 유익한 글 격공하며 잘 봤습니다~^^
  • WINWIN님 2024-06-26 20:48:33
    살면서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균등과 평등의 차이.. 오늘도 많이 배우고 깨닫고 갑니다. 칼럼 감사합니다
  • 라향님 2024-06-26 19:43:57
    김용택 선생님 글은 따로 모아두어볼까 합니다.
    배울게 참 많습니다.
    오래오래 시사타파뉴스와 함께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 민님 2024-06-26 11:28:21
    예전에도 읽은 적 있는 "삼균주의"... 일제강점기때 조소앙 선생의 꿈에 아직도 의문부호를 붙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특권의식을 버리기 싫은 특권층과, 가졌으면 더 좋은 기회를 얻는 게 당연하다는, 있는 사람을 우러러 보는 서민들의 생각이 별반 달라지지 않아서 인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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