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性)교육, 이대로 괜찮은가...“학교 성교육, 지금 이대로 괜찮은가” [김용택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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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14 09:00:43
김용택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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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교육은 여전히 왜곡과 금기에 머물러 있어
현실은 청소년 성경험과 사회 변화에 못 미쳐...체계적·현실적 성교육 시급
▲ (출처=픽사베이)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여성은 외모를, 남성은 경제력을 높여야 한다.”
“남성은 성에 대한 욕망이 때와 장소, 관계없이 충동적으로 급격하게 나타난다.”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교육부가 각 학교에 성교육을 하라고 만들어 보낸 ‘성교육 표준안’에 나오는 내용 중 일부다. ‘성폭력을 당하지 않으려면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거나 ‘적극적으로 저항하다 살해당하는 경우가 있다’라는 사례까지 들어, 이것이 성폭력을 막는 대안처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성교육도 사실상 사라진 지 오래다.

제대로 된 성교육과정이 없는 우리나라 성교육

올해는 학교 성교육이 의무화된 지 24년째 되는 해다. 초·중·고교의 성교육은 2001년부터 연간 10시간씩(성폭력 예방교육 2시간 포함) 진행돼 오다가 2013년부터는 15시간(성폭력 예방교육 3시간 포함)으로 늘었다. 매해 10~15시간은 적지 않은 시간이지만, 많은 이들이 “성교육을 별로 받아본 기억이 없다”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성교육은 독립된 교육 시간이 배정돼 있지 않은 ‘범교과 영역’이기 때문이다. 성교육은 보건, 체육, 생물, 가정 등의 교과 수업이나 창의적 체험활동(특별활동)을 통해 가르치게 돼 있다. 통상 별도로 이뤄지는 성폭력 예방교육을 제외하면 유명무실하게 흘러가기 쉬운 구조다.

제대로 된 교육과정이 없는 것도 문제다. 교육부는 연간 15시간에 이르는 성교육에 대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 성취 기준이 없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2015년 <학교 성교육 표준안>과 교사용 지도서 등 교육 자료를 만들어 배포했다. 그러나 잘못된 성폭력 통념과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여성단체와 교육단체로부터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여성은 특정 남성에게만 성적으로 반응하는 데 비해, 남성은 성적으로 매력적인 여성들과 널리 성교할 수 있다.”,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등의 문구는 남성 성욕이 본래 여성보다 왕성하며 제어하기 힘들다는 암시를 담고 있었다. 발표 후 몇 차례 수정을 거쳤음에도 “여성들은 외모를 가꾸는 데 공을 들여야 하고, 남성들은 경제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와 같은 성차별적 예시 내용은 그대로였다.

 

▲ (출처=픽사베이)


사실상 성을 금기시하는 우리나라 성교육 표준안

2015년 2월, 교육부는 영·유아부터 초·중·고에 이르는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표준안을 발표했다. 이 표준안은 2년 동안 6억 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해 만들었지만, ‘이게 무슨 성교육 자료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스스로 홈페이지에서 삭제해 현재는 찾아볼 수도 없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6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중·고교 재학 중인 청소년(만 13~18세) 6만8043명 가운데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전체의 5%였다. 40명 정원의 학급이라면 평균 2명이 성 경험이 있다는 뜻이다.

남학생의 비율(7%)이 여학생의 비율(2.8%)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남자 고등학생의 경우 10%가 성관계를 했다고 응답했다. 성관계 시작 연령은 만 13.2세, 즉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뜬구름 잡는 성교육 표준안으로 성교육을 하라고 한다.

학교 교육의 실패는 사회 성원의 수준으로 이어진다. 식민지 시대와 유신 정부 시절의 우민화 교육이 그러했고, 전두환을 비롯한 군사정권 시절의 3S 정책도 그랬다. 여기에 자본이 성을 상품화하면서 성문화는 황폐화의 극치로 치닫고 있다. 돈이 되는 것이라면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서도 파고드는가 하면, SNS를 타고 우리의 생활 깊숙이 침투했다. 청소년도 예외가 아니다. 이익이 곧 선이 되는 자본의 속성은 나이나 성별,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무차별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성교육, 어디까지 왔나?

성교육이란 성(性)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학습을 위해 시행되는 교육을 말한다. 흔히 학생들에게만 시행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성인을 대상으로도 진행된다. 작게는 학생 대상 성교육처럼 올바른 성 인식을 알려주는 것부터, 더 나아가 부부·커플 간에 지속 가능하고 안전하며 즐거운 성생활을 위한 지식과 기술까지 포함된다.

성교육은 각국의 성문화와 나이에 맞게 시행돼야 한다. 성교육의 근간이 되는 성문화는 나라별로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사리분별 능력이 부족한 어린 나이에 과도하게 자세한 성교육을 받으면 부적절한 성적 호기심을 갖거나 되레 성에 대한 수치심과 혐오감을 부추겨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우리나라 학교 성교육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성이 부도덕한 것이며 교육이 다룰 문제가 아니라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순진한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하면 교사의 품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학생들은 왜곡된 성지식으로 병들어 가고 있는데, 학교 교육의 외면은 우리 사회의 성문화를 교육의 영역에서 금기사항으로 치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학교가 성교육을 포기한다면 청소년들은 어디서 건강한 성교육을 받을 수 있겠는가?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외국의 성교육은...?

미국은 오바마 정부 출범 후 ‘안전한 성생활·피임·출산’ 등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보강해, 성적 관심을 자연스럽고 건강한 삶의 한 부분으로 보았다. 혼전 순결보다는 피임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바뀌었다.

독일은 이미 1992년부터 성교육을 의무화하여 성관계 시 체위를 포함한 거의 모든 주제를 지도하며, 정확한 피임법까지 교육하고 있다.

이웃 일본도 1992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월경, 사정, 신체 발육, 성 충동, 이성 교제, 에이즈 예방법 등 연간 70시간 이상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성교육의 포기는 사회의 성문화를 병들게 한다. 성이 상품화된 사회에서 자본은 돈이 되기만 한다면 초·중등학생조차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PC와 SNS를 통해 청소년들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접할 수 있는 시대다. 성에 가장 민감한 청소년기에 성교육을 포기한다면, 왜곡된 성지식으로 청소년들은 병들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외국의 사례처럼 우리도 현실에 맞는 성교육을 통해 청소년을 왜곡된 성문화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학교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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