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관세 협상 일단락 시점 퇴진 발표...국민 불신, 비자금 스캔들도 언급
차기 총리 '여자 아베' 다카이치-고이즈미 신지로 유력...한일 관계 '먹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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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오후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민당 총재직 사임과 총리직 퇴임 의사를 밝히고 있다. 2025.9.7 (사진=연합뉴스)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취임 11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 이후 거세진 당내 퇴진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온건파'로 분류되며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 성과까지 언급했던 이시바 총리의 사임으로, 향후 일본 정계는 '강성 우파' 중심의 새 국면을 맞이할 전망이다.
선거 패배 책임·비자금 스캔들…'고뇌의 결단' 후진 양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 기자회견에서 "자민당 총재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며 "새로운 (자민당) 총재를 뽑는 절차를 개시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정계 입문 38년 만에 총리직에 올랐으나, 1년도 채 되지 않아 물러나게 됐다. 7월 참의원 선거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으며,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해 "국민 불신을 아직 불식하지 못했다"는 점을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토로했다.
이시바 총리는 미일 관세 협상이 일단락된 시점을 퇴진의 적기라고 판단했다며 "후진에게 길을 양보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임 결정이 '고뇌의 결단'이었음을 강조하며,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 확인 절차가 이뤄질 경우 당내 분열이 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자민당이 사상 처음으로 '리콜 규정'을 통한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묻기로 한 절차 하루 전날 나온 발표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 언급…'온건 외교' 계승 당부
이시바 총리는 회견에서 자신의 외교 성과를 언급하며 이재명 대통령과 '결실 있는 회담'을 했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일미 동맹을 더욱 심화하고 우호국과 연대도 강화했다"며 차기 총리도 이러한 외교 방침을 계승해 주기를 당부했다. 사이버 방어 법안 통과, 소득세 비과세 확대 등을 국정 성과로 꼽으면서도 지방 활성화 정책 등에는 아쉬움을 표하는 등 지난 1년을 회고했다.
'여자 아베' 다카이치, '고이즈미 2세' 신지로…강성 우파 총리 시대 예고
이시바 총리의 사임으로 차기 자민당 총재 및 일본 총리 선출 절차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자민당 총재 선거는 이르면 이달 하순, 늦어도 다음 달 초중순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차기 총재 유력 후보로는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과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아들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아베 전 총리의 극우적 정책과 성향을 그대로 계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강경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역시 '보수' 성향으로, 지난달 한국 방문 직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시바 총리가 '온건파' '지한파'로 평가받았던 것과 달리, 차기 유력 후보들이 모두 강성 우파로 분류되면서 향후 한일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시바 총리 사임 소식에 일본 장기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지만, 증시는 차기 총리의 재정 확대 기대감에 1.45% 급등하는 등 시장 반응은 엇갈렸다. 새로운 총리 리더십 하에 일본의 대내외 정책 방향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면밀한 대응 전략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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