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내일의 길’은 ‘호남’에서 찾으시길~! >
호남은 민주당에 늘 ‘개혁정치’(정당개혁이든, 대한민국 개혁이든)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호남의 요구에 제대로 화답하지 못했다. ‘역풍’을 우려하고 ‘중도’를 의식하며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다 수없이 실기했다. 그러니까 민주당은 ‘호남의 표’를 늘 배신한 셈이다.
민주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였으되 국회의원은 아닐 때 나는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졸저 《내일의 권력》(2015.단비P&B)이 그런 비판의 집대성이다.
민주당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여의도 정치’의 속살을 들여다보며 확인했다. 상당수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 ‘호남’은 수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너무 많이 아팠고 오래 뒤척였다. 여러번 절망했다.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이제는 비판을 넘어 행동해야 했다. 고백하자면, 검찰개혁을 반발자국이라도 진전시켜보려는 나의 몸부림은, 호남(광주)을 배신하지 않으려는 책임정치의 하나이기도 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우고, 그 권력을 민주적으로 순치시키는 작업, 호남정신(광주정신)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바일 것이다. 80년 5월에 그 권력은 전두환신군부였고, 2020년을 전후해서는 분명하게 사익화한 검찰권력이다.
80년 5월에 광주시민들이 ‘역풍’을 우려하고 ‘중도’를 의식했으며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기만 했다면, 위대한 역사로서 ‘5·18’도, 그나마 역할을 조금이라도 하고 있는 지금의 민주당도 없었을 것이다.
무기를 회수한 1차 수습위원회는 ‘역풍’과 ‘중도’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자 했다. 살육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그분들의 고뇌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1차 수습위를 밀어 내고 도청을 장악한 윤상원(시민군 대변인), 박남선(상황실장) 등 2차 수습위의 결단이 있었기에 5·18은 역사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다.
발은 땅에 붙이고 머리는 하늘을 보라 했다. 정치(인)가 취해야 할 태도다. 호남은 늘 하늘을 보았다. 그래서 힘들었고, 지금도 힘들다.
나는 민주당이, 민생에서는 땅에 발을 붙이고, 권력구조 개혁에서는 하늘을 보았으면 했다. 이러한 바람에 적합한 인물이, 당시 선택가능한 분들 중 내게는 ‘이재명’이었다. 그래서 대선 전부터 지금까지 돕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삶의 구체적인 결에서는 대한민국 전체를 들여다보되,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내일의 길은 호남에서 찾기를 바랐다.
그러나 민주당은 대한민국 전체를 핑계 삼아 호남이 보고자 하는 하늘을 외면했다. 그 외면의 결과가 패배임에도, 제대로 추진조차 못한 ‘개혁’을 패배의 원인인 양 떠들었다. 소극적이었던 이들일수록 더욱 큰 목소리로.
80년 5월 광주가 그러했듯, 현재 민주당 안에는 1차수습위와 2차수습위의 동력이 얽혀서 함께 작동하고 있다. 그 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중과부적의 싸움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쉽더라도 지금 민주당은 결코 적지 않은 ‘제도의 힘’을 갖고 있다. 이 때조차 하늘을 보지 않는다면, 도대체 언제 큰 꿈을 꾸고, 또 어떻게 의미있는 전진을 이룰 수 있겠는가.
당권 주자들이 서둘러 호남을 찾고 있다. 한 표를 호소할 것이다. 호남민들이 늘 보아온 하늘을 함께 봐야 한 표를 얻을 수 있다. 주권자 시민들은 누가 ‘호남’을 알고 실천할 것인지 똑똑하게 가려낼 것이다.
함께 본 하늘을 미래의 현실로 만들겠다고 약속해야 한 표를 더 얻을 수 있다. 자기생존을 위해 줄을 찾고 계보를 연결시키려는 시도는 확실히 실패할 것이다.
정치가 선행, 곧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우리사회의 어떤 부문이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관료가? 자본이? 품위있게 훈수 두는 학자들이?
미래는 낯설기 때문에 당장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다. 평범한 정치는 현재에 집중한다. 위대한 정치는 미래를 조직한다. 호남이 위대했던 건 미래를, 하늘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호남은 선행지표 성격이 있다. 대선은 50.5:49.5로 패배했지만, 지금 윤 대통령 평가는 대선 당시의 호남표에 수렴하고 있다.
민선6기 지방선거에서 전남의 무소속 지자체장은 8명이었다. 2년 뒤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을 삼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남의 무소속은 7명이다.
민주당, 역풍과 중도와 여론의 추이를 살피다가는 한 방에 훅 간다.
역풍과 중도와 여론의 추이라는 것이, 겨우 ‘자기 생존’이나 도모하는 ‘왕이 되기를 포기한 영주’들의 구차한 변명이라는 점을 호남민들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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