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드려 사과"
"채상병 수사 납득 안되면 먼저 특검 하자고 할것"
"한동훈과 20년 넘게 교분…언제든 만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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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진행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취임 2주년을 맞아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한 치의 예상도 벗어나지 않은, 그 모습 그대로의 국정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보여준 '말 잔치'였다.
정진석 비서실장을 임명하며 강조한 "소통하며 설득하겠다"는 태도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윤 대통령은 20분 간의 대국민 국정보고를 "봄은 깊어 가는데, 민생의 어려움은 쉬 풀리지 않아 마음이 무겁고 송구스럽다"는 인사말로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에 이어진 보고는 "국민 여러분과 함께 울고 웃으면서 쉴 틈 없이 뛰어왔다"는 자화자찬으로 이어졌고 저출생 극복을 위한부처 신설, 기초연금 지급 수준 40만원으로 인상 등이 나열됐다.
윤 대통령은 "오로지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길에 저와 정부의 모든 힘을 다하겠다"며 국민 보고를 마무리 지었다.
이후 이어진 기자회견은 "예상된 정답" 나열로 진행됐다.
총선 패배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는 "내가 국정운영해 온 것이 대해서 국민의 평가가 많이 부족했다는 게 담긴 것"이라며 "정부의 이런 정책과 이런 것을 국민들에게 설명해 드리고 또 소통하는 것이 많이 부족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총선 패배로 드러난 야당의 국정 기조 전환 요구와 관련해서는 "기조는 일관성을 유지할 것, 바꾸고 고쳐야 할 것을 더 세심하게 가려서 고칠 것은 고치고, 일관성을 지킬 것은 지키겠다"고 사실상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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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하는 윤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
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과 관련한 질문에는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드리고 있다"면서 지난 KBS 신년대담의 입장을 반복했다.
이어 "제가 검찰수사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또는 언급을 하는 것이 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해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는 제가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다.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사가 지난 정부에서 나와 내 가족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봐주기 수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했다는 것인지 거기에 대해서 정말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실상 죄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긴 시간 질의응답이 이어졌지만 김 여사 관련된 질문은 이것 하나 뿐이었다. 대통령의 답을 듣고 후속 질문이 나오는 것을 기대했지만 추가 질문은 없었다.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동일한 방식의 답변을 반복했다.
"장래가 구만리 같은 젊은 해병이 대민지원 작전 중에 이렇게 순직한 것은 국군 통수권자로서도 안타깝고 참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그것이 나중에 검찰로 송치돼서 또 2차 보완 수사를 거쳐서 아마 기소될 사람들은 재판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기존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일단 수사 납득 안되면 제가 먼저 특검 하자고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과 관련해서는 "출국금지는 알 수도 없었고 사건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연관없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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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모습 (사진=연합뉴스) |
총선 전 참모를 통해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던 것과 관련해서는 "비서실장, 원내대표, 한 전 위원장이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것 같은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바로 그 문제는 풀었다"고 밝혔다.
한 전 위원장의 오찬 거부와 관련해서도 "저와 20년이 넘도록 교분을 맺어온 한동훈 위원장을 언제든지 만날 것"이라며 "선거 이후에 본인도 많이 좀 지치고, 재충전이 필요한 것 같아서 부담을 안 주고 기다리는 것이 맞지 않나 이렇게 생각한다. 언제든지 식사도 하고 만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답변을 종합하면 물가와 저출생 같은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온 힘을 모아 노력하고 있고, 외교도 경제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며, 정쟁을 위한 특검보다는 기존 수사부터 진행하는게 맞고 대한민국은 별 문제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대통령과 정부의 현실 인식이 대중의 그것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는 것만을 재확인 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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