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 지시 확인, 내부서도 “부적절” 지적
임오경 의원 “직권남용·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가능성”, 특검 수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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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종묘에서 외부인과 차담회가 열릴 당시, 평소 출입이 엄격히 제한되는 조선 왕실 신주를 모신 ‘영녕전 신실’ 일부가 개방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유산청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일 망묘루에서 차담회를 진행하기 전 영녕전을 방문했다. 외국인 2명, 통역사 1명, 그리고 궁능유적본부 이재필 본부장이 동행했으며, 영녕전 건물과 내부 신실 1칸이 개방돼 관람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영녕전 신실은 역대 조선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는 공간으로, 평소 일반인 출입은 물론 관람 자체가 제한된다. 신실 내부에는 제사를 지내는 공간과 의례용 상징물이 배치돼 있으며, 공식 대제 때만 개방되는 극히 신성한 장소다.
그러나 차담회 일행은 종묘 휴관일인 화요일에 정문이 아닌 소방문으로 출입했고, 영녕전에서 약 5분간 머물렀다.
궁능유적본부는 “신실 내부로 들어간 것은 아니며, 문 바깥에서 내부를 관람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당시 신실 개방 지시는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에서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임오경 의원은 “일행을 위해 신실을 개방하도록 요구한 것은 명백한 직권남용 및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라며,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감사에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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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담회에 동행한 외국인은 미국 화가 마크 로스코의 가족으로 알려졌다. 차담회 주최 측은 과거 워싱턴DC 국립미술관 소장 로스코 작품 50점을 국내 전시한 바 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차담회가 대통령실 행사로 판단돼 신실 1칸을 개방해 안내했으며, 평소 공개되는 재현 공간인 향대청과는 별개”라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 관계자들은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되는 장소임에도 윗선 요청으로 개방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차담회 및 신실 개방 의혹은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 대상에 올라 있으며, 대통령실과 국가유산청 사이의 허가 과정과 구체적 소통 내역을 확인하는 데 수사력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팀은 궁능유적본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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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묘 영녕전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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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종묘 정전에서 열린 '종묘대제'에서 제관들이 초헌례(신에게 첫 잔을 올리는 예)를 하고 있다. 종묘대제는 매년 5월 조선시대 역대 왕과 왕비의 신위를 모신 종묘에서 올리는 제사로 조선 왕실의 제사 중 가장 규모가 크고 중요한 제사다. 2025.5.4 [공동취재] (제공=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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