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는 김민기 제청에 부정적…추천위 재구성 시 대법관 공백 장기화
법사위 출석도 거부…여권, 고발·탄핵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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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희대 대법원장이 2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6시 11분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퇴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대법관 재제청 요구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질문에 "우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자세한 내용은 검토 중"이라고 답변했다. 2026.8.28 (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대법관 임명 제청을 반려하면서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김민기 서울고법 고법판사의 제청 여부다. 청와대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선정한 기존 후보군을 존중해 신속하게 다시 제청하라는 입장이지만, 조 대법원장은 김 판사 제청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 주 관련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청와대 “기존 추천위 존중해 신속히 재제청”
조 대법원장은 지난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손봉기 부장판사를, 이흥구 대법관 후임으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각각 임명 제청했다.
그러나 손 부장판사 제청 과정에서 청와대와 사전 협의가 없었고, 조 대법원장이 대면이 아닌 서면으로 제청안을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권의 반발이 제기됐다.
청와대는 지난 28일 손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조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청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추천위원회의 추천 내용을 존중해 최대한 신속하게 재제청 절차를 진행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추천위가 선정한 후보는 손 부장판사를 비롯해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4명이다.
손 부장판사 제청이 반려된 가운데 박 고법판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을 겸하고 있어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책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윤 부장판사는 내란전담재판부 재판장을 맡고 있어 당장 제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의 요구는 사실상 김민기 고법판사를 제청하라는 뜻이라는 해석이 법원 안팎에서 나온다.
조희대, 김민기 제청에 ‘절대 불가’ 입장
조 대법원장은 김 고법판사 제청에 강하게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판사의 배우자가 이 대통령 지명으로 임명된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점에서 향후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이면에는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특정 후보를 선택하는 선례를 남길 경우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 증원에 따라 현 정부에서 전체 26명의 대법관 가운데 최대 22명을 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는 점도 사법부 내부의 경계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청와대가 기존 추천위 후보를 존중하라는 조건을 붙인 것은 사실상 특정 인사를 제청하라는 요구라며 대법원장의 재량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통령도 헌법상 대법관 임명권자로서 제청된 후보를 반드시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이 가능하다. 문제는 대통령이 제청을 거부했을 때 어떤 후속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기존 후보 재제청이냐, 추천위 재구성이냐
조 대법원장에게 남은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기존 추천위가 선정한 후보 가운데 한 명을 다시 제청하거나,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천거 절차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청와대 요구대로 기존 후보군에서 재제청한다면 현실적으로 김민기 고법판사가 유력하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사법부 내부에서 ‘코드 인사’를 수용하고 제청권의 독립성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추천위를 새로 구성하면 제청권의 독립성과 절차적 정당성은 강조할 수 있지만 청와대와의 갈등은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추천위 구성부터 후보 천거와 검증까지 통상 2∼3개월이 걸리는 만큼 대법관 공백도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내란 사건을 비롯한 주요 사건의 상고심 심리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희대, 법사위 불출석…“삼권분립·사법부 독립에 반해”
조 대법원장은 3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긴급현안질의에도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사위는 조 대법원장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대법관 후보 서면 제청 경위와 관련 현안을 질의할 예정이었다.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 의견서에서 “국회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독립적 권한인 제청권 행사에 관해 증언하도록 하는 것은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에 반한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장에게 국회 출석과 답변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국회법 제121조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에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국회법에 따라 대법원장의 증인 출석을 의결했다”며 재차 출석을 요구했다. 불출석이 계속될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뜻도 밝혔다.
여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도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석해야 한다며 “근거 없이 불출석하면서 국회를 무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과 탄핵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인선 갈등이 권력기관 충돌로 확산돼선 안 돼
이번 사태는 단순히 대법관 후보 한 명의 인선을 넘어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어디까지 보장되는지를 둘러싼 헌법기관 간 충돌로 번지고 있다.
청와대가 특정 후보를 사실상 지목한다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형식적인 절차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대로 대법원장이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충분한 협의 없이 서면으로 후보를 제청하고 국회의 현안질의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독립성을 내세워 견제와 설명 책임을 피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대법관 공백이 길어질 경우 그 피해는 결국 주요 사건의 재판을 기다리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청와대와 대법원 모두 어느 기관이 이기느냐는 힘겨루기에서 벗어나 후보 선정 기준과 제청·반려 경위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대법관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28일 “검토가 정리되면 다음 주 중 공식적으로 알리겠다”고 밝혔다. 기존 후보군에서 재제청할지, 추천위를 새로 구성할지에 따라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 수위도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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