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대사 초치, 여당대표 "만찬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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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대사와 만남을 가진 이 대표 (사진=연합뉴스) |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한 말이 여권을 뒤흔들고 있다.
8일 만난 싱 대사는 이재명 당대표와의 만찬을 나누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0년전 부통령 시절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했던 발언을 '패러디'한 듯한 발언을 했다.
주한 중국대사관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싱 대사는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자 역사의 흐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를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미중 간의 승패를 언급한 싱 대사 발언은 결국 '중국은 미국에 지지 않는다'는 뜻이고,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중국이 미국을 이긴다'는 의미로 들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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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고 있는 이 대표와 싱 대사 (사진=연합뉴스) |
■ 발칵 뒤집힌 국민의힘과 외교부
이 발언 현장은 취재진에 공개되고 유튜브로도 생중계됐다.
때문에 여당과 윤석열 정부는 당황한 모습이다. 해석에 따라서는 주재국 정부의 대회정책에 공개적인 장소에서 노골적으로 날을 세운 것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9일 싱하이밍주한 중국대사가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찬 회동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을 맹비난했다. 이재명 대표를 향해서도 한국 정부에 대한 중국 대사의 조롱과 비난에 침묵하고 맞장구를 쳤다며 싸잡아 비판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싱 대사와 이 대표가 쌍으로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모습이었다"며 "명백한 내정간섭이고 외교적으로 심각한 결례를 한 싱 대사에 대해 강력히 유감 표명을 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싱 대사가 작심한 듯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데도 이 대표는 짝짜꿍하고 백댄서를 자처했다"며 "교지를 받들듯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김 대표는 싱 대사의 만찬 초청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표와 싱 대사의 회동에 대해 "마치 청나라 앞에 굴복했던 삼전도의 굴욕마저 떠올리게 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강 수석대변인은 싱 대사가 "겁박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면서 "북한 도발과 한미 훈련 동시 중단을 이야기하며 국가안보에 훈수까지 두는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도를 넘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외교 관례라는 게 있고 대사의 역할은 우호를 증진하는 것이지 오해를 확산하면 안 된다"며 지적했다.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외교부는 싱 대사의 이번 발언이 '도발적인 언행'이라고 규정하고 "내정간섭에 해당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강도 높게 대응했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9일 오전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싱 대사를 불러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에 대해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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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 대사와 만찬을 가진 이 대표 (사진=연합뉴스) |
■ 여유로운 이재명 대표
반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싱 대사와 성공적인 만찬으로 주요 아젠다를 잘 다루었다고 자체평가를 내렸다.
이 대표는 "최근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 투기 문제 때문에 주변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함께 내고 공동의 대응책도 강구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싱 대사는 "일본이 경제 등의 이익을 위해 태평양을 자기 집 하수도로 삼고 있다"며 "이것은 지극히 무책임한 행위"라고 원색 비난했다.
이 대표는 대중 무역적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 정착과 관련한 중국 측 역할도 당부했다.
이 대표는 "경색된 한중간의 경제협력을 복원해서 대중교역을 살려내고 다시 경제 활로를 찾기 위해서 중국대사와 만나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또한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이 최대 교역국을 배제한 채 저성장의 늪을 빠져나오기란 거의 불가하다"면서 "특히 우리 정부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곤 하지만 핵심 전략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경제적 영역에선 협력이 확대되고 있단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의 '굴욕' 비판에 대해서는 언급없이 "경제·안보 문제나 할 얘기는 충분히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힌 뒤 "(싱 대사가) 단체여행(허용 국가 배제)에 대해 좀 형평성 차원에서, 조기 해제 조치를 해달라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던 게 조금 특이했긴 했다"고 전했다.
한편, 주한 중국대사관은 싱 대사의 이 같은 발언을 보도자료로 배포하기도 했다. 주한 외국 대사가 국내 정치권 인사와의 회동에서 발언한 내용을 언론에 자료로 제공한 것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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