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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다시 올라간 노란봉투법 및 방송3법 재투표 (사진=연합뉴스) |
이 핑계, 저 핑계로 본 회의를 미루던 국회가 그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표결에 부치지 못한 법안들을 몰아치기로 통과시켰다.
행여 아이들이라도 보면 뭐라 해야할까 변명 거리를 찾기 힘든, 부끄러운 21대 국회의 현실이 낱낱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여야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그간 처리하지 못한 안건 147건을 '벼락치기'로 처리했다.
약 4시간 20분간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법안 처리 '속도전'은 여야 간 쟁점이 첨예했던 속칭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 재의 안건이 부결 처리된 뒤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재의 안건은 이를 요구한 정부 측 설명과 의원들의 찬반 토론 탓에 심의와 처리에 시간이 꽤 걸렸지만, 이후 안건들에 대한 표결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통상 안건 표결은 소관 상임위 소속 의원이 연단에 올라 법안의 주요 내용을 설명한 뒤 이뤄지지만, 이날 법안 설명에 나선 의원들은 "의원 좌석 단말기의 회의 자료를 참조해 달라"며 서둘러 연단을 내려갔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아주 잘 하셨습니다"라는 칭찬이 나오며 법안의 내용이나 중요성 판단보다는 빨리 끝내야 한다는 '퇴근 의지'만이 번뜩였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김영주·정우택 국회부의장의 회의 진행도 어느 때보다 빨랐다.
"투표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투표를 다 하셨습니까"라며 '속사포 랩'을 하듯 투표 여부를 확인했고, 의원들은 재빨리 단말기를 통해 참여했다.
투표 시작 후 가결 선포까지 채 30초도 걸리지 않는 안건이 대다수였다.
이 과정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이례적으로 '한국석유공사법 개정안' 반대 토론에 나서서 장시간 발언을 했다.
자리를 비우는 의원들이 많아지자 의결 정족수를 걱정하는 김 부의장의 당부가 나왔다.
김 부의장은 "아직 처리해야 할 법안이 80여개 남았다"며 "지역구 일정에 많이 바쁘겠지만, 표결이 안 되면 큰일 나니까 의원님들은 자리를 비우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되기도 했다.
'북·러 무기 거래 및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하는 무기 기술협력 중단 촉구 결의안' 표결 때는 재석 의원이 145명에 불과했다.
이에 김 의장은 30초가량 기다렸고, 재석 의원이 152명이 되자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300명의 국회의원들 중 절반 만이 겨우 자리를 지킨 21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 건당 30초라는 요식행위를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본회의 표결의 진정성을 검토해 봐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드는 금요일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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